최근 국내에서 인천 송도 신도시가 미디어밸리 조성지로 확정돼 "한국판
실리콘밸리" 조성공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본합의서에 따르면 인천시는 2005년까지 송도에 서울 여의도보다 조금
더 큰 1백6만평규모로 소프트웨어파크 미디어파크 미디어아카데미
멀티미디어지원센터 등을 건설,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메카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회 가상정보가치연구회와 국회정보통신포럼 및 한국정책학회가
중심이돼 "멀티미디어폴리스 육성 특별법"을 추진중이다.

정보통신 생산 및 연구 기능과 창업보육기능 및 주거공간 등을 접목시킨
대규모 첨단 정보통신 집적지인 멀티미디어폴리스를 만드는 것이 기본
골자다.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내 발전을 위해 첨단산업 유치와 멀티미디어
단지조성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의 황승진 교수는 "최근 실리콘밸리 신화를
배우기 위한 한국인사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며 불행하게도 실리콘밸리
의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은 사람과 제도 및 문화란 복잡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 오랫동안 뿌리를 내려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경쟁력의 원천은 "인재"다.

하이테크 기술을 개발하려면 무엇보다 우수한 두뇌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하이테크 골드러시 현상으로 인재가 한데 몰려있다는 사실은 실리콘밸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특히 스탠퍼드 버클리 샌호제이 등 종합대학을 비롯, 에버그린 벨리칼리지
등 7개 단과대학은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이테크 산업의 혈맥인
두뇌와 손발인 엔지니어를 실리콘밸리에 균형있게 공급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정부가 2002년까지 6천억원을 투자, 정보통신 전문
인력 43만1천명을 양성키로 한 계획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DC의 오덕환 이사는 "실리콘밸리 모델의
본질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벤처창업시스템"과 사업에 따르는 이익은
물론 리스크를 함께 나누는 "위험분산 시스템""이라며 "체계적인 벤처기업
육성 메커니즘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활성화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벤처 기업의 육성을 위한 인프라는 기업가를 중심으로 <>하이테크 기술
개발에 적합한 인재를 공급하는 교육부문 <>리스크를 안고 과감하게 투자
하는 에인절과 벤처캐피털 등 자금공급 부문 <>기업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지원하는 컨설턴트 등 경영서비스 부문 <>창업보육센터와 폭넓은 기초연구
부문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각 부문이 고루 기능을 분담하면서 벤처 비즈니스의 높은 수익과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 성공의 키워드인 기업가 정신의 활성화를 위해선
옵션 제도 및 주식상장 제도의 개선과 세법 등 법제적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이와함께 자유로운 기술개발 의욕을 꺾는 각종 정보통신관련법 등의 진입
장벽도 서둘러 철폐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새롬기술 미주법인의 안현덕 박사는 "대기업에서 연봉 20만달러 이상을
받던 인재들이 벤처기업으로 역류, 연봉 5만달러에 사활을 걸고 연구에
몰두하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독창적인 스톡옵션과 상장문화가 뿌리내린
결과"라며 "국내에서도 이같은 환경조성을 지원하는 법제적 방안이 다각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한다.

특히 중소 벤처기업의 직접 금융 조달을 활성화하기 위한 코스닥 시장의
개편이 시급하다.

반드시 담보가 있어야 융자가 가능한 우리나라의 기업자금 조달 형태에서는
창업초기에 자금지원을 받기가 극히 곤란할 뿐 아니라 사업 리스크가 기업가
에게 집중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도산이 인생에 치명타를 가하는 분위기 때문에 기업가 정신을 크게
위축시키고 만다.

우리의 경우 보수적인 금융관행으로 담보없는 대규모 벤처자금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또 정보와 인력의 원활한 유동성도 필요하다.

적자생존의 기술전쟁이 벌어지는 실리콘밸리에는 단순 시장원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협조적인 움직임이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다양성과 개방성이란 문화적 풍토가 한몫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정보와 인력에 관한 폐쇄성은 실리콘밸리 모델의
걸림돌이다.

이같은 벤처비즈니스 환경의 조성없이 벤처기업의 "물리적 집합"만을
완성한다면 한국형 실리콘밸리의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는게 현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