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개막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지금 지구촌은 ''새로운 시대''의
준비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1세기의 주제어는 ''경제''.

새시대를 주도하느냐 못하느냐는 바로 이 ''경제전쟁''의 승패에 달려있다.

경제전쟁에서 승자가 되기위한 노력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도 패자가
될 경우 살아남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점에서다.

20세기 산업화시대를 앞서 마감한 선진국들은 21세기에도 선진대열에
서기위해 뛰고 있다.

중간과 후미에 있는 국가들도 ''21세기엔 다를 것''이라는 각오가 비장하다.

선.후진국 모두 한쪽에선 경제의 하드웨어인 인프라(사회간접자본)건설의
망치소리가 요란히 울리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량을 위한 각종 행정.금융제도개혁의
나팔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영국 일본 뉴질랜드 등 앞서 뛰는 나라들과 동남아 중남미 등 우리를
바짝 따라온 나라들에 본사 기자들을 직접 파견, 이들이 어떻게 21세기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그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좌표도 찾을수 있을 것이다.

<국제1부>

=======================================================================

[ 런던 = 이성구 특파원 ]

금융상품 딜러인 케빈 가디너(42)씨는 요즘 돈모으는 재미에 신바람이
나있다.

지난6월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주택대부조합 할리팩스가 시중은행으로
전환, 주식을 발행하면서 4천파운드(6백만원)의 몫돈이 생겨서다.

그는 이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

운도 좋았지만 주식시장의 활황 덕택에 3개월이 지난 요즘 그 돈은
7천파운드로 불어났다.

갑자기 몫돈을 거머쥐게 된 사람은 가디너씨뿐만이 아니다.

울위치, 알리언스 라이스디등 5개주택대부조합들이 시중으로 전환하면서
회원 1천5백만명에게 회원당 평균 2천4백파운드를 배당금형태로 나눠줬다.

이들의 대부분은 이 돈을 주식투자로 운용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일반 영국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을 정도로 영국경제는 요즘 전후
최고의 호경기를 맞고있다.

실업률은 5.3%로 서유럽평균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전년대비 3.5% 증가할 것으로 보여 미국을 제외하고
선진국가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유럽의 "미운 오리새끼"로 취급받던 영국이 이처럼 불과 15년만에
모범국으로 변신하게된 배경에는 정부의 경제개방정책이 큰 밑거름이
됐다는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노동시장을 수요 공급의 원리에 입각해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한편으로
영국의 강점인 금융시장을 완전 개방, 경쟁력을 세계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은 영국의 주력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이드은행의 수석분석가인 제임스 폭스는 "제조업성장률이 수년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데도 경제성장이 유럽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GDP비중이 4분의1에 달하는 금융산업의 발전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말한다.

영국정부의 금융개혁은 지난 86년 금융기관간의 벽을 허문 "빅 뱅"에
이어 90년대이후에는 금융산업 자체의 경쟁력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책목표가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에 있지 금융기관을 보호하는게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빅 뱅이후 영국의 10대 증권사중 9개가 외국기관에 흡수
합병당했는데도 영국정부는 "이러한 변화는 영국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며 태연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가 유도해온 경쟁력 강화는 다름아닌 M&A를 통한 금융기관간의
대형화였다.

지난 95년 로이드은행과 TSB은행과의 합병을 비롯해 주택대부조합인
할리팩스와 리드와의 합병, 손보사인 로열 인슈어런스와 선 알리언스와의
합병등 업종을 불문한 "짝짓기 직업"이 러시를 이루게 됐다.

영국에서 이제는 "고유업무영역"이란게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정부가 이같은 영역파괴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한마디로 금융기관들의
"금융그룹"(Conglomerate)화다.

모금융기관을 축으로 은행 증권 보험등 모든 영역에 침투함으로써 합병에
의하지 않고도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효과는 영국 4대은행중 하나인 내셔널 웨스트민스터은행그룹의
자회사만봐도 알수 있다.

이 그룹은 국내에 전업은행 할부신용 신용카드 생명보험 증권 종합투자은행
등 30개사, 해외에는 투자관리 증권 전업은행 투자자문등 36개사로 국내외에
걸쳐 무려 66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물론 영국 금융산업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90년대초 ING베어링사의 예금인출사고이후 금융사건이 잇달아
터져나왔다.

노동당정부가 최근 금융감독기능을 일원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러한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 영국 금융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금융감독기능의 일원화조치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금융개혁이라고 볼 수
없지만 금융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한국계 금융기관관계자는 "영국정부의 금융개혁은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동시에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를 감독기능강화로 막는 2단계 과정을 거쳐
이제는 선진국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성숙단계에 진입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 방카슈랑스

영국의 웬만한 은행 지점에서는 출납담당 행원과 별도로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직원이 따로 있다.

한 곳에서 예금 대출업무와 보험업무를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금융서비스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이른바 은행과 보험업무를 겸한 방카슈랑스(Bankassurance)다.

방카슈랑스는 금융 빅뱅이후 그개념이 등장해 90년대이후 각 금융기관들이
앞다투어 도입했다.

금융구조가 전업체제에서 겸업체제로 바뀌면서 은행과 보험기관과의
경쟁이 심화된 결과로 출현하게 된것이다.

은행입장에선 인구 고령화로 금융자산이 수익성이 높은 연금보험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수 있다.

보험업체들도 은행조직을 이용하면 모집비용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는다.

일종의 은행과 보험업계간 "타협"의 산물인 셈이다.

방카슈랑스는 요즘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서유럽전체 금융기관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