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개막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지금 지구촌은 ''새로운 시대''의
준비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1세기의 주제어는 ''경제''.

새시대를 주도하느냐 못하느냐는 바로 이 ''경제전쟁''의 승패에 달려있다.

경제전쟁에서 승자가 되기위한 노력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도 패자가
될 경우 살아남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점에서다.

20세기 산업화시대를 앞서 마감한 선진국들은 21세기에도 선진대열에
서기위해 뛰고 있다.

중간과 후미에 있는 국가들도 ''21세기엔 다를 것''이라는 각오가 비장하다.

선.후진국 모두 한쪽에선 경제의 하드웨어인 인프라(사회간접자본)건설의
망치소리가 요란히 울리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량을 위한 각종 행정.금융제도개혁의
나팔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영국 일본 뉴질랜드 등 앞서 뛰는 나라들과 동남아 중남미 등 우리를
바짝 따라온 나라들에 본사 기자들을 직접 파견, 이들이 어떻게 21세기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그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좌표도 찾을수 있을 것이다.

<국제1부>

=======================================================================

[[ 멕시코시티.산티아고 = 육동인 기자 ]

지난 7월 태국에서 시작된 통화폭락은 동남아 금융시장을 단박에 흔들어
놓았다.

이때 세계의 투자자들이 근심스레 쳐다본 곳은 중남미.

다음 차례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3년전 멕시코 페소화폭락의 악몽이 아직 지워지지 않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동남아의 위기는 동남아에서 그쳤다.

중남미로 번지지 않았다.

8월들어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등 중남미 주식시장이 잠시 출렁거렸을
뿐이었다.

이마저도 눈치빠른 투자자들에겐 오히려 싼값에 주식을 살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9월이후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그리고 있음이 이를 잘 말해준다.

중남미는 이제 과거의 중남미가 아니다.

"공백의 80년대"로 불릴 정도로 경제가 엉망이었던 80년대는 이미
옛이야기다.

90년대들어선 빠른 템포의 성장기류를 타고 있다.

연간 수천%라는 천문학적 인플레는 이제 한자릿수로 정착되어 있다.

군사독재정권이 모두 물러나는등 정치적으로도 안정적이다.

최근 경제부활은 그래서 "중남미 신르네상스 시대"의 개막이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중남미 국가들의 성장속도는 눈부시다.

멕시코가 통화위기의 후유증으로 95년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한지 2년만에
성장률 7%의 신화를 기록했고 아르헨티나 칠레등도 7%성장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물가안정을 바탕으로 하는 성장이다.

"저물가-고성장"이란 건강한 경제인 셈이다.

중남미부활을 이끄는 두 축은 외국인투자확대와 역내무역의 활성화.

해외에서의 투자가 봇물터진듯 들어오고 있으며 메르코수르(MERCOSUR)와
나프타(NAFTA)를 통한 역내외무역도 활기를 띠고 있다.

우선 외국인투자.

중남미는 82년 채무위기 발생이후 자금 유출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자금유입에서 유출을 뺀 "순이전액"은 90년까지 마이너스였다.

그러나 90년대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직접투자는 물론 주식투자용 자금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중남미지역으로의 직접투자자금은 3백90억달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년대비 52%의 증가율이다.

주식 채권 금융투자자산까지 합하면 순자금유입액이 무려 6백91억달러에
달했을 정도다.

강도높게 추진되는 국영기업 민영화와 전략산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1백% 외국인투자를 허용하는등의 과감한 정책도 투자유치에 한몫하고 있다.

멕시코의 경우 80년대 1천1백55개였던 국영기업이 지금은 10분의
1수준인 1백95개로 줄어들었다.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투자는 중남미를 이제 세계 최강기업의 각축장으로
만들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발을 붙이기 어렵다.

대표적인게 첨단중의 첨단인 통신분야.

현재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업체는 중남미를 자신의 "앞마당"으로
생각하는 미국의 AT&T.

그러나 중남미의 "종주국"임을 자부하는 스페인의 통신회사인
텔레포니카가 영국의 BT(브리티시 텔레콤)와 손잡고 민영화되는
통신업체들을 쓸어모으고 있다.

AT&T와 텔레포니카의 불꽃튀는 대결은 1백여년전 중남미쟁탈을 위해 미국과
스페인이 벌였던 전쟁(미서전쟁)의 재연으로까지 여겨진다.

중남미를 향한 외국인투자 러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은 세계
금융계의 황제인 조지 소로스.

그는 중남미가 안정을 되찾기 시작한 지난 91년부터 아르헨티나의
팜파스농장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갔다.

낮은 인플레이션, 저세율, 발전된 사회간접자본등으로 어떤 투자를 해도
고수익이 가능할 것이란 매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소로스는 지난 5월 브라질 국영광산회사인 바레 도 리오도세를
민영화할때도 일부 지분을 참여하기도 했다.

메르코수르와 나프타등 역내무역의 활성화도 성장의 견인차역할을 하고
있다.

메르코수르는 지난 91년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등
4개국이 결성한 남미공동시장.

현재 칠레와 볼리비아도 참여하고 있으며 일부 예외품목을 제외하고는
"0관세율"을 실현하려는 관세동맹이다.

메르코수르는 무역과 투자확대를 통해 남미의 국경을 없애고 있다.

EU(유럽연합)와 같은 경제통합화를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구체적인 모습은 인프라(사회간접자본)건설에서 나타난다.

남미를 하나로 묶는 작업이다.

대표적인게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를 연결하는 라프라다강 다리.

길이 50km로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가 된다.

단일 파이프라인으로는 세계최장인 볼리비아~브라질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전체길이 3천1백50km, 총사업비 22억달러)도 그중 하나다.

이밖에 수십건의 고속도로 통신 주택등이 건설중이거나 추진되고 있다.

"0관세율"과 "인프라구축"은 산업배치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있다.

예컨대 이탈리아 피아트와 미국의 GM은 "0관세"를 활용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따로따로 중저가의 파리오와 4도어 세단인 고급 시에나차를
생산, 서로 수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메르코수르가 남미를 엮는 것이라면 멕시코 미국 캐나다를 묶는 나프타는
중미 경제발전의 추진력이 되고 있다.

멕시코의 경제활성화가 멕시코주변 중미국가들의 개발붐을 이끌어내는
탓이다.

현재 미주대륙은 메르코수르와 나프타를 합쳐 오는 2005년까지 쿠바를
제외한 34개국가를 하나로 엮는 FTAA(미주자유무역지대)창설에 합의한
상태다.

FTAA의 한 축은 미국.

그러나 다른 한축은 모든 나라가 스페인어(브라질만 포르투갈어)를
구사하는등 문화적인 동질성을 갖고 있는 5억인구의 중남미통합시장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지난해와 올초까지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었던 "마카레나"라는 노래와
춤이 있었다.

"마카레나"열풍이 시작된 곳은 중남미.

이곳에서 인기를 모인뒤 미국을 거쳐 세계를 휩쓸었다.

"마카레나"열풍의 확산경로는 앞으로 중남미 경제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인가를 분명히 보여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