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1일 전선업계엔 멀리 아프리카의 탄자니아로부터 신선한 소식
하나가 날아왔다.

우리나라의 대성전선(대표 양시백)이 탄자니아의 국영전선회사인 TCL사를
1천4백만달러에 전격 인수했다는 소식이 그것.

전체 종업원 2백80명에 불과한 중견기업이 탄자니아의 유일한 국영 전선회사
를 인수했다는 소식은 전선업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대성은 TCL사 인수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아프리카지역에
최초로 진출한 한국기업으로 기록되게 됐다.

탄자니아 진출을 계기로 이 회사는 모잠비크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타 아프리카 지역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대성전선은 일찌감치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으로 회사의 역량을 집중,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여기에는 양사장의 확고한 경영철학이 큰 밑바탕이 됐다.

"전선은 기본 특성상 자본집약적인 장치산업의 특성이 강합니다.

또 원자재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국내시장은 자본력을
갖춘 LG전선 대한전선 희성전선 등 소위 빅3가 시장전체의 70%가량을 점유
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와의 경쟁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길은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것 뿐입니다"

대성이 처음으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린 건 지난 84년.

대상은 중남미의 아이티.

당시만 해도 중남미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지역일뿐만 아니라 정정불안도
겹쳐 많은 기업들의 관심밖이었지만 양사장은 무한한 시장 가능성에 주목
했다.

하지만 계약성사직전 혁명이 일어나면서 대성의 첫 해외진출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러나 양사장은 이에 주저하지 않고 호주시장 공략에 나섰다.

호주는 국내의 인건비가 워낙 높아 가격경쟁력에서 뒤진다고 판단한 것.

그러나 품질검사도 까다로운 데다 현지 전선메이커들의 조직적 거부반응이
거세 시장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대성은 호주전선업체들의 덤핑제소로 89년부터 92년까지 네번에 걸쳐 호주
관세청으로부터 제품실사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제품품질에 관한한 결코 꿀릴 게 없었던 대성은 오히려 맞대응으로
제소, 결국 승소판결을 이끌어 냈다.

지금은 오히려 호주가 연간 1천만달러 이상의 전력케이블을 수입하는 주요
고객이 됐다.

대성은 지난 93년엔 4백40만달러를 투자, 베트남 우정국(DGPT)과 합작으로
하노이에 통신케이블 현지법인인 VINA-대성을 설립했다.

대성의 해외진출 1호 현지법인이었다.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에는 최고경영자의 확고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
합니다.

경기가 어렵다고 한탄만 할게 아니라 사운을 걸고 과감하게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도전적인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재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