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3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근교의 작은 도시인 코빙턴시
외곽.

축구장 서너개 크기로 닦인 한 벌판에선 간소하지만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SKC(대표 장용균)가 건설하는 폴리에스터필름 공장의 기공식이었다.

3백여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질 밀러 조지아주지사까지 끼어
있었다.

축사를 맡은 코빙턴 시장은 "오늘은 우리 아들의 아들, 또 그 아들의 아들
에게 우리와 우리 친구인 SKC가 일자리를 만들어 줄수 있게 된 감동적인 날"
이란 말로 감사를 표했다.

선경그룹이 아직 공장 뼈대도 제대로 올라가지 않은 SKC의 이 프로젝트를
벌써 "반은 성공작"이라고 자신하고 있는 것은 현지의 이런 자발적이고도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데 따른 것이다.

정서적 반응 뿐만 아니다.

공장을 건설중인 현지법인 SKC INC는 지난달 1억달러의 자금을 신디게이크론
으로 조달했다.

성공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현지금융기관이 높이 평가한 것이다.

차입조건은 5년만기에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0.85%를 더한 수준이다.

1차투자비 2억5천만달러의 40%를 현지에서 국내 금리의 절반수준에 조달할
만큼 신용을 쌓았다는 얘기다.

SKC INC 유달준 사장은 "이 공장이 완공되면 우선 운송비에서 경쟁력을
갖게 돼 북미 현지판매는 물론 중남미와 유럽시장 수출을 크게 늘릴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C는 내년에 연산 4만t 규모의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2005년까지는 이를
연산 10만t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투자규모는 모두 15억달러.

계획대로라면 2005년께는 미국시장의 30%를 점하게 된다.

규모면에서도 국내의 10만t, 아시아에 건설할 공장의 10만t을 합해 전세계
에서 연산 30만t의 생산력을 갖추게 된다.

세곳의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SKC의 글로벌
전략은 이곳에서 용틀임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성공포인트 =SKC가 조지아주및 코빙턴시 당국과 현지 상공인들의 전폭적
인 지원을 받아가며 프로젝트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비결로는 무엇보다
철저한 사전준비를 들수 있다.

SKC는 지난 95년 미국에 현지생산공장을 짓는 "ABC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하고 곧바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ABC프로젝트팀은 미국의 모든 주를 투자대상지로 검토했고 그 가운데 여건이
양호한 17개주를 협상파트너로 정해 집중 분석에 들어갔다.

국내 기획팀과 현지 파견팀이 어찌나 각 주와 투자협상을 열심히 벌였던지
나중에는 조지아주를 비롯한 몇개 주가 "최상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과열
경쟁을 벌여 SKC측이 오히려 난감했을 정도였다.

최종적으로 낙점된 조지아주의 경우는 10년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토지도 3백80에이커 가운데 80에이커만 SKC측이 사면 되는 호조건이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