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남쪽으로 달리면
눈앞에 펼쳐지는 자파르 공단.

인근엔 모토로라 중화연관 등 세계적인 전자업체들이 들어서있지만 역시
이곳을 대표하는 공장은 삼성전관 말레이시아법인이다.

총 16만평 규모로 조성된 이 공장에는 지난 91년 이후 자본금
3천6백만달러를 포함, 모두 1억달러가 단독투자됐다.

삼성전관의 첫번째 해외진출사례다.

말레이시아공장은 "건설과 동시에 생산을 추진한"전형적인 사업장이다.

초기부터 한쪽에선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또 한쪽에선 추가라인공사를
벌이는 등 무서운 팽창세를 보였다.

연간 생산량도 가동 첫해인 92년 1백20만개에서 해마다 1백%씩 늘어나
현재는 1천만개 이상의 브라운관을 생산한다.

동남아지역의 브라운관 공장으로는 최대규모.

설립 이후 지금까지 1년에 한개꼴로 라인을 증설한 것이며 여기에 투자된
금액만도 3천4백억원에 달한다.

보통 해외공장은 가동 2년이 지나야 손익분기점에 이르지만 이곳은 가동
6개월만에 흑자를 실현했다.

한국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지어 가동한 이래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철저한 재무관리, 생산계획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나 그중에서도
최대비결은 역시 "현지인에 의한 현지인의 관리" 정책을 꼽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 한국유학생들을 공장설립 이전부터 채용해 현지공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도록 교육시켰다.

또 생산과장등 현장책임자를 과감하게 현지인으로 채용했다.

현지채용인 전원은 삼성전관 부산공장에서 생산전반에 대한 사전교육을
받았고 이들은 가동 초기 라인이 차질없이 돌아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밖에 보유하고 있는 브라운관 생산기술을 현지에 맞게 세팅해 현지인들이
쉽게 라인에 적응하도록 했던 것도 비결로 꼽힌다.

<> 성공포인트

삼성전관 말레이시아 공장은 현지화가 가장 잘 이루어진 공장중의 하나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중 핵심인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관은 공장내 기숙사를 만들어 현지인들의 출퇴근을 편리하게 했다.

이같은 복지시설은 당시 말레이시아에선 보기 드문 지원이었다.

또 구내 식당을 만들때도 말레이시아식 인도식 중국식 인도네시아식 등
다양한 민족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준비해 현지 근로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4천8백명에 달하는 종업원들을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도 배려한 정책이었다.

마케팅부분에서는 "질 위주"의 마케팅전략을 추진했다.

즉 저급품이 아닌 고가품으로 말레이시아 내수공장을 공략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간 것.

이는 동남아에 진출한 여타 TV공장으로부터 브라운관이 호평받는 계기가
됐고 매년 10%씩 성장하는 동남아시장 수요를 충족시키는 바탕이 됐다.

< 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