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창간 33주년과 새사옥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LG경제연구원
과 공동으로 10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기업환경변화와 한국기업
의 신경영 패러다임" 주제의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국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
기업들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다수
제시됐다.

특히 주제발표자들은 현재의 경영여건보다는 21세기에 예상되는 글로벌경영
추세에 맞춰 마케팅 노사관계 정보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강효석 한국외국어대교수의 강연내용을 간추린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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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오늘날 우리경제는 급격한 환경변화로
전례없는 열병을 앓고 있다.

새롭게 도래한 저성장.고경쟁 상황에서 우리기업들은 고비용.저효율이라는
구조적 병폐로 수많은 기업들이 잇따른 경영실패를 맞더니 마침내는 국내
10대 기업까지 경영위기에 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현재의 난국은 고비용이 초래한 것이 아니라 생산요소의 고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열등한 부가가치 생산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기업들이 새로운 경영환경에 적응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략수립을 포함한 모든 의사결정을 가치기준에 의거하는 가치창조경영을
도입해야 한다.

즉 기업경영의 중심목표를 기존의 외형성장으로부터 가치창출극대화로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가치의 극대화는 곧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의미하고 이것은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자본시장에선 주가의 극대화로 표현되기 때문에 가치창조경영이란
바로 주주중시경영 또는 주가극대화경영과도 동일시 된다.

물론 기업에는 주주 이외에도 고객 종업원 거래기업 채권자 정부 등 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데, 주주가치의 극대화노력이 반드시 다른 이해
관계자들의 이익침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가치창조경영을 위한 새로운 평가기준은 무엇인가.

이에대한 한가지 답이 바로 경제적 부가가치(EVA)이다.

EVA는 기업의 투하자본이익률(ROIC)에서 평균자본비용을 차감한 수치에
투하자본을 곱해서 계산하는데,이 값이 클수록 기업은 당해연도에 영업활동
을 통하여 보다 많은 실질적 이익을 거두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EVA는 순이익이나 자기자본이익률과 같은 전통적인 이익지표에 비해
특징적인 차이가 있다.

첫째는 재무제표상의 순이익이 경제적 이익을 반영하도록 수정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본연의 활동과 관련된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영업
이익은 손익계산서상의 수치와는 달리 기업의 본업활동에서 발생된 이익
으로부터 법인세를 차감하여 측정한다.

둘째는 자본조달의 대가를 명시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회계적 성과지표는 자기자본비용을 고려하지 못했으나 EVA는 타인
자본비용 뿐만 아니라 자기자본비용까지도 감안함으로써 기업이 주주의
위험부담에 대하여 충분한 보상을 할 책임이 있음을 경영자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셋째, 종래의 회계적 성과지표는 손익계산서 항목관리에 치중하기 때문에
부가가치를 측정하는 데에는 부적합하였다.

진정한 가치창조는 수익성과 함께 효율성 제고에 기초함으로 가치창조경영
에서는 손익계산서 뿐만아니라 대차대조표 항목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바로 이점에서 EVA경영은 자본효율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기업들의
병폐를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EVA에 입각한 가치창조경영의 정착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우리기업들의
경쟁력회복과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EVA지표는 경영자나 사업단위별 성과측정과 보상을 위한 유효한
수단이 된다.

경영자가 가치창출에 기여한 정도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스톡옵션과 같은
성과급제도와 연계하여 적정한 보상과 승진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면
근로의욕이 고취돼 경영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다.

둘째, 기업의 사업구조조정시 선택과 집중을 위한 유용한 기준이 된다.

계열기업별 또는 사업단위별로 주주가치에 대한 기여도를 분석하여 투하
자본의 자본비용도 회수하지 못하는 적자사업이나 한계사업에서는 철수하고,
부가가치창출 잠재력이 큰 유망사업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전체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셋째, 가치창조경영자가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면 해당기업의 주가가
상승하여 궁극적으로 증권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넷째, EVA에 기초한 기업가치평가법은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신규공개기업이나 벤처기업 등 비공개기업에 대한 평가의 공정성을 높여준다.

가치창조경영으로 이와같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가지 과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최고경영자가 권한위양에 따른 성과측정 및 보상을 경영철학으로
수용하여 분권경영을 시행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치창조경영에 의해서 기업구성원들에게 보다 많은 몫이 배분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성과보상제도를 적극 수용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