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다.

3년후면 새 세기 뿐아니라 새 천기도 시작된다.

이 역사적인 순간 지구촌인류의 경제 키워드는 세 마디다.

시장경제와 세계화, 그리고 정보화.

이 세 마디는 벌써 몇년째 지구촌 경제의 화두가 돼왔고 다음 세기, 다음
천기에 들어서도 그럴 것이다.

한국 경제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 세기말의 화두 ]]

저물어가는 20세기말 지구촌 경제의 최대 사건은 뭐니뭐니 해도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붕괴와 자유시장경제의 승리다.

그것은 인류가 근 한 세기에 걸친 쓰라린 경험을 통해 얻어낸 값지고
귀중한 교훈이기도 하다.

남은 극소수 예외의 시장경제 편입도 시간문제다.

냉전의 종식과 시장경제 확산은 동시에 지구촌 경제의 무국경화 세계화를
촉진하고 있다.

국경은 이제 상품과 자본, 그리고 서비스와 심지어 노동에 이르기까지
경제재의 이동에 관한 한 별 의미가 없어졌다.

한때 유행하던 블록화도 세계화 앞에서는 차츰 빛을 잃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지구촌은 모든 장벽과 차별이 사라진 한개의 거대시장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와 통신의 결합으로 시작된 정보통신혁명은 18세기 중엽의 증기기관
혁명, 19세기 말의 내연기관 혁명이후 1세기만의 또 한차례 역사적인 산업
혁명으로서 지구촌의 거리와 시간장벽을 완전히 제거, 시장경제와는 또 다른
각도에서 세계화를 돕고 있다.

이 세가지 모두에 보다 충실하고 골고루 앞선 경제가 바로 강한 경제,
경쟁력있는 경제, 선진 경제다.

21세기에는 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미국경제가 지금 강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어느 한가지에라도 뒤지면 낙오한다.

맥을 못추게 된다.


[[ 한국의 현실 ]]

우리경제의 현실은 지금 어떤가.

세가지 모두가 불완전하고 장래도 불확실하다.

겉과 속이 다르고 목표와 현실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있다.

냉전시대의 양분논리로 가른다면 분명 일찍부터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발전시켜 오느라고 애써왔다.

하지만 여전히 자율과는 거리가 먼, 정부의 자의적인 규제와 간섭이
광범한 분야에 걸쳐 온존하는 미숙한 시장경제에 머물러 있다.

보다 나은 시장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다방면의 개혁-개선 작업은 이제
다시 새 정권의 과제로 넘겨진 상황이다.

일찍이 세계 상품시장을 향한 외향성 개발전략으로 터를 닦은 우리는
진작부터 세계화에 한발을 들여놓고 살아온 셈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반쪽만의 세계화, 절름발이 세계화였다.

나머지 한발을 마저 들여놔야 한다.

그리고 빨리 국내시장과 국외시장의 경계를 없애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제는 국적대신 품질과 가격, 경영과 기술경쟁에서 이기는 상품과 기업
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말뿐이 아니고 사고와 행동, 제도와 관행이 골고루 바뀌어야 한다.

정보화도 갈 길이 멀기는 매한가지다.

정보화에 뒤지면 전부에서 처진다.

정보산업 자체는 물론이고 그밖의 다른 모든 산업과, 행정 교육 문화 등
사회와, 국가 전체가 2류로 퇴락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인프라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에
이르는 정보산업 전분야에서 힘겨운 달리기를 하고 있다.

화려한 청사진이 있고 의욕도 자못 왕성한 편이지만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은 고사하고 시시각각 밀려오는 개방파고에서 국내시장을 지키는
일마저도 힘겨운 현실이다.

요컨대 한국경제의 미래는 이 세가지에 얼마만큼 충실하게 다가가느냐에
달려있다.

오늘의 경제위기에 대한 해답도 이 세가지에 있다.

시장경제와 세계화 정보화가 빠를수록 위기탈출 시기가 앞당겨지는건 물론
21세기 선진 한국의 실현도 기대할 수 있다.

시장경제의 핵은 선택이다.

모든 경제 주체들이 다양한 자원,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가운데서 끊임없는
선택을 반복한다.

역사는 인간의 부단한 선택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에서는 수급간의 경쟁이 있으며 선택은 자유이되 책임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한국경제신문사의 다짐 ]]

세계화는 선택의 범위를 그만큼 확대시킨다.

정보화는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가지는 그 점에서 상호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선택은 갈수록 더욱 중요하고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그만큼 경제와 사회가 복잡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택은 보다 과학화되고 정확한 정보와 정밀한 분석을 토대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경제신문은 국내 최첨단의 인텔리전트빌딩을 새 사옥으로 준공했다.

동시에 지난 12일은 창간 33돌을 맞은 날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1백달러에서 1만달러 국가로의 도약을 이룩한 지난 30여년
간 한국경제의 충직한 길잡이 역할을 해온 본지는 또한 앞으로 우리 경제
주체들의 모든 선택에서 성실하고 신뢰받는 길라잡이가 될 것을 다짐한다.

"민주 시장경제의 창달"이라는 사시에 가일층 충실함과 동시에 우리
경제의 세계화와 정보화에 첨병역할을 할 것을 약속한다.

이를 위해 첫째 해외정보망을 대폭 확충하여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 기업의
눈과 귀가 되고, 둘째 발로 뛰어 현장을 누비는 활기찬 지면, 셋째 막강한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로 국민과 기업 그리고 국가경제를 돕는 경제언론의
소임에 더욱 충실할 것이다.

이는 곧 본지 자신의 세계화 첨단정보화 약속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