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자동차현안을 둘러싸고 "설마"하던 슈퍼301조가 드디어 우리나라에
발동되고 말았다.

이에 정부와 국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당하기만 하는가 하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미간 통상에서 미국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미국이 1백20억달러나 되는 흑자국이고 우리나라는
적자국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제조업 및 서비스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회복되어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국제경쟁력이 악화되어 불황의 깊은 늪에서
아직까지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는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산업이 많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자동차를 비롯하여 고작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한.미간 교역에 있어서는 미국이 무역이익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추진해 오던 한.미간 자동차협상에서 미국은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아 비위가 상하고 수틀린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슈퍼
301조를 발동, 다시 협상테이블로 불러들이려고 한 것은 "해도 너무 한다"는
지탄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슈퍼 301조는 미국이 교역상대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제거하기 위해
우선협상대상국과 우선협상관행을 지정하고 통상협상을 추진하거나 혹은
이를 거치지 않더라도 무역상 보복조치를 단행할 수 있도록 한 미국 통상법
상의 강제규정을 말한다.

이 법률조항은 미국의 여타 법률규정과 달리 미국업계의 청원에 대한
객관적 검토없이도 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보복조치를 단행할 수 있는
패권적인 조항이다.

슈퍼 301조 발동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는 "그동안 수세적으로 대처해 왔던
대미 통상외교를 공세적으로 전환하여 우리나라의 입장을 능동적으로 표명
하고 필요할 경우 WTO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수세적 자세를 취해 왔고
우리나라의 입장을 미국에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1985년 보험시장 개방요구나 1987년 담배 및 쇠고기시장 개방요구시만
하더라도 미국이 우리나라의 시장개방이 지연될 경우 통상법 301조를 발동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만 하면 우리나라는 질겁해서 시장을 으레 개방하곤
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해 시장개방의 속도가 늦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그 속도를 당기고 시장의 추가 개방까지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차분히 대안을 마련할 때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하면서 양국간에 꼬인
자동차현안을 원만하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통상외교의 자주성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두들겨 맞으면 무엇인가를 쑥쑥 내어 놓는 나라"
로 잘못 알려져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부당하거나 차별적인 통상압력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두들겨 맞기 전에 내어 놓아야 하는 것은 미리 내어 놓고 그렇게 해서
안되는 것은 내어 놓지 못한다고 이해를 시켜야만 한다.

둘째 통상협상을 강화해야 한다.

통상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미국의 시각이 다르므로 우리나라의
경제사정과 입장을 잘 이해시켜야 한다.

비록 우리나라는 경제적 난국에 직면하고 있으면서도 무역자유화의 신봉
의지를 갖고 국내시장의 대외개방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리고 한국이라면 시장개방에 소극적이거나 불공정무역관행을 자행하는
나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태도를 바로 잡아줘야 할 것이다.

셋째 로비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한.미간 자동차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한
이유를 미국의 정책결정자 자동차업계 노동조합 언론계 의회의원 국민들에게
충분히 납득이 가도록 이해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나라자동차의 세계시장 점거율이 2000년대에는 10%를 넘을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을 풍부한 자본과 첨단 기술로 무장한
미국의 자동차산업에 비하면 이제 겨우 초보단계를 벗어난 데 지나지 않는
다고 설득시켜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WTO(세계무역기구)제소를 신중히 검토해 보는 것도 한.미
자동차 현안을 풀어나가는 데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WTO는 우루과이 라운드 최종협정중 "분쟁해결규칙 및 질서에 관한 협정"에
따라 무역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을 갖고 있으며 산하에 분쟁
해결기구를 설치해 두고 있다.

따라서 한.미간 자동차 협상이 미국의 지나친 고집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WTO에 제소하여 그 중재를 요청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