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어려운 판에 우리가 원유도입을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중동지역에 긴장이 높아지고 국제 원유값마저 뛰고 있어 다각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게 됐다.

자칫 대응을 소홀히 하다가는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물가도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동시에 경상수지적자도 확대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란이 이라크 영토안의 반정부군에 대한 공습을 벌이자 다시
들먹이기 시작한 원유값은 미국이 걸프만에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등
중동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미국산 서부 텍사스 중질유(WPI)값이 지난
8개월 동안에 최고 수준인 배럴당 22.76달러로 치솟았다.

현재로서는 이란과 이라크간에 전쟁이 재발해 제3차 석유파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란이 미국에 쉽게 굴복할 것 같지도
않다.

미국의 때이른 개입을 이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확대 시도로 보는
유럽연합(EU)국가들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프랑스의 국영 석유회사인 토털사가 이란과 20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계약을 맺자 미국이 이란및 리비아에 4천만달러 이상의
투자를 금지하는 자국의 다마토법을 위반했다고 시비를 벌이는 등
미국과 유럽간에 크고 작은 이해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이란과 이라크간의 긴장상태가 쉽게 풀리지
않고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국제 원유값이 계속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기 쉬운데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폭은 상당히 제한된 것이 사실이다.

배럴당 20달러 안팎이던 원유값이 10%가량 오른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당장 해마다 15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날 것이다.

또한 기름값인상은 공산품및 서비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물가상승을
촉발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의 발생은 물론 자칫 외환위기를 비롯한
금융불안이 심화될 가능성마저 있다.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우선 생각할수 있는 것은 석유관련 세금인하및
기름소비의 절약이다.

지난 95년부터 예산에서 적립되기 시작한 유가완충 준비금은 아직 미미한
규모이며 유가자율화로 유가인상충격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따라서 세수결함이 너무 커지지 않는 범위에서 휘발유 등 각종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교통세와 특별부가세를 낮춰 유가인상의 충격을 흡수할수 있다.

또한 올들어 8월말까지 원유수입 금액이 1백15억7천만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11.7%를 차지한 상황에서 경상수지 개선을 위해서도 기름소비절약을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휘발유의 경우 지난 96년 3월까지 1백95%의 세율을 부과하다가
세수증대에 급급한 나머지 l당 4백14원씩 일정금액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꿈으로써 탄력적인 세율조정을 통해 기름소비절약을 유도할수 있는 길이
없는 실정이다.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할 때라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