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하 대한상의회장은 10년째 상의회장을 맡고 있지만 아직도 상공회의소
라는 명칭을 써야 하는지 아니면 중국어권 국가처럼 공상회의소라고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물건을 만들어야 팔것 아니냐"는 제조업자의 주장과 "만들어 봐야 무엇
하느냐. 팔려야 상품이지"라는 유통업자의 반론이 모두 맞는 말이기 때문
이다.

조어법상의 순서는 가치판단의 문제이지만 "분명한 것은 상의를 상징하는
조각물이 장인옆에서 물건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 보는 보부상의 동상인
것처럼 제조업자와 유통업자의 협력은 필수적"이라는게 그의 결론이다.

김회장이 지난 91년 별도로 설립해 이사장직까지 맞고 있는 유통정보센터가
95년 시험가동을 거쳐 올9월부터 POS데이터서비스를 실시한 것도 자칫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제조업과 유통업의 협력을 유도해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김회장은 "현재 32개 대형유통업체가 판매정보를 공개해 이를 다른
유통업체나 제조업체들이 활용하고 있다"며 "좀더 효율적인 자료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유통업체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협력의 대상은 판매정보 공유만이 아니다.

물류정보도 마찬가지다.

김회장 자신이 맡고있는 삼양사가 대한통운 애경유지 동원산업등 다른
업종이 기업과 함께 레스코란 공동물류회사를 세워 운영중이다.

또 대기업간의 공동물류단지조성작업도 추진중이다.

김회장은 "유통정보공유를 위해 경제단체중 유일하게 상의만이 유통부란
조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과 제조업이 협력하도록 도모하는 일이 남보기에 빛이 나는 일은
아니지만 경쟁력강화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총무과장
이란 기분으로 일을 한다"는게 김회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유통업체는 자금력이나 인력부족으로
정보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김회장은 "정부가 정보화촉진을 위해 매년 세제와 금융지원을
하고 있지만 좀더 지원을 강화하고 특히 정보화마인드를 높이기 위해
중소형점 경영주를 대상으로 한 교육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상의는 1일부터 서울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코드관리매니저회의를
주최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최하는 유통정보화관련회의"라는게
김회장의 설명이다.

초보단계인 국내의 유통정보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김회장은 앞으로 유통정보센터가 바코드 EDI(전자문서교환) 등 정보기술의
개선만이 아니라 유통망의 비능률을 제거하고 비용을 절감시켜 소비자의
만족을 높이는 전략인 ECR(효율적 소비자대응)의 보급 등에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