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4억달러씩 돈을 번다는 것은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믿기지
않는 얘기다.

우리돈으로 따지면 7일동안에 3천6백억원 넘게 벌었다는 말이 된다.

이것은 공상이 아니라 사실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42) 회장은 지난해 그처럼 재산을
늘려 총재산이 무려 3백98억달러로 불어나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것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근호에서 선정한 세계 최고 부자들의
랭킹에 따르면 갑자기 돈방석에 오른 사람들은 미국인들이 많다.

정보통신부문 투자부문 유통부문등 경제의 새로운 흐름과 미국이 지배적
위치에 있는 부문에서 돈을 쏟아지게 번 사람들이 등극한 것이다.

아무리 그런 흐름을 탔다고 해도 그처럼 돈을 버는 것은 한국적
풍토에선 불가능하며 아마 사회적 정서가 이를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한국이나 유교적 영향권에 있는 동양에서는 최고경영자와 일반근로자의
소득격차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지는 것을 수용할수 없다.

미국형 시장경제의 특징중 하나는 소득격차를 용인하는데 있다.

일본의 경우는 근로자들의 평균소득과 최고경영자의 소득격차는 32배이다.

그런데 미국은 격차가 1백49배에 달하고 있다.

우리 눈으로 보면 불평등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미국사회는 나름대로 돈에 대한 윤리감이 강하다.

자신의 가치관을 우직하게 추구하여 일단 성공하면 부자가 된다.

그러나 번 돈을 자기나 자신의 일족만을 위해서 쓰지 않는다.

사회에 대한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쓰는 것이다.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투표권은 한표에 불과하지만 돈을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카네기홀을 만드는 것과 같은 문화활동, 투명한 절차에 의한 정치헌금,
대학에의 자금지원 등이 부자들이 돈을 쓰는 용처이다.

스탠퍼드대학의 모든 건물엔 빌 게이츠같은 기부자들의 이름이 붙어있다.

하버드대학도 헌금에 의해 세계최고의 대학으로 유지되고 있다.

소득은 비교적 균등하지만 번돈을 자신만을 위해 쓰는 것과 소득격차는
크지만 돈을 사회를 위해 쓰는 것과의 차이를 한번 짚어볼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