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바닥권을 지나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은 8월중 경기선행지수가 7월보다 1.4% 상승, 6개월째 오름세를
나타냈다고 밝히고 경기저점을 이미 8, 9월중에 지났거나 10월중에 통과할
것이 확실하다고 풀이했다.

생산과 출하가 늘고 재고증가율은 27개월만의 최저수준인 5.8%로
떨어졌으며 제조업가동률도 3개월만에 80% 대로 높아졌다는 발표다.

또 수출용출하증가율은 10년래 최고수준인 33.4%를 기록, 환율상승에
힘입은 수출증가가 경기회복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8월에는 무역수지가 흑자를 내고 경상수지적자도 크게 줄어들어 연말까지
1백40억달러선에 그쳐 당초 전망(1백60억달러)보다 훨씬 좋은 모양을 보일
것이라는게 한국은행 정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지수경기 회복전망과는 대조적으로 체감경기가 여전히
한겨울인 것도 부인할수 없다.

수출물량은 늘었지만 가격이 떨어진 것도 원인의 하나고, 기아사태 등
대기업부도로 인한 심리적 위축이 경기를 더 나쁘게 느끼도록 하는 측면
또한 강하다.

지수경기와 체감경기간 격차는 경기가 방향을 바꾸는 시점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마련이지만, 이번 순환과정에서는 불황의 골이 과거 어느때보다
깊고 길었기 때문에 더할수 밖에 없다.

지수를 토대로 회복국면 진입이라는 진단을 내린 통계청과는 대조적으로
기업인들 절대다수가 4.4분기 경기는 3.4분기보다 못할 것으로 응답(한은
BSI조사)한 것도 그런 단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지수경기와 체감경기중 어느 쪽이 더 정확하게 실세를 반영하는지
따지는 것은 특히 이 시점에서는 무의미하다고 본다.

앞으로의 경기흐름은 종전의 그것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여 과거 감각을
기준으로 한 호황을 빠른 시일내에 느끼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결론이 나온다.

지수를 토대로 경기회복국면 진입을 진단하는 경제전문가중 내년 경제가
8~9% 성장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기는 지났다는 이들 전문가들의 진단은 바꾸어 말하면
회복국면 진입이후에도 상승속도는 지극히 완만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는 이 점이 경기가 저점을 언제 통과하느냐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기업과 가계가 호황을 느끼기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 불황으로 강요된 구조조정노력을 지속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그렇다.

생산과 소비가 그런대로 회복세를 보이고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기계및
건설수주등 투자관련 지표가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를 실제보다 더 나쁘게 느끼도록 만드는 요인들, 기아사태 금융시장
불안 등을 해결하는 것이 경기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도 볼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