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벤처기업 사냥에 본격 나서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은 인터넷, 소프트웨어, 메모리
바이오테크 등 첨단분야의 기술력 확보와 투자수익 제고를 위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미국의 미래형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발히 추진중이다.

동양그룹은 무선시스템 개발회사인 PI시스템과 쌍방향 호출기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소유한 GW콤등에 지분을 참여한 이래 현재까지 7개 벤처기업에
8백50만달러를 투자했다.

특히 지난해초 실리콘밸리의 샌드힐 로드에 벤처캐피털인 알토스벤처스를
주도적으로 설립, 스탠퍼드대학 MBA출신 3명을 영입하고 현지에서 본격적인
벤처투자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5월 보스턴의 케임브리지테크놀로지엔터프라이즈(CTE)와
각각 6백만달러와 4백만달러를 투자, CSP(Cambridge Samsung Partners)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보스턴에 위치한 브레인스톰에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인터넷관련 신규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또 삼성물산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3~4개의 인터넷관련 네트워크 장비업체에
대한 투자를 검토중이다.

LG전자는 실리콘밸리 샌호제이 지사내의 I&I(Investment & Information)센터
에서 지난해 현지 웹TV관련 인터넷 서비스기술을 보유한 캐치TV란 벤처기업
에 50만달러를 투자, 14%의 지분을 확보한데 이어 5~6건의 신규 투자사업을
진행중이다.

LG반도체도 금년초 IC설계분야의 디웨이브사에 1백20만달러를 투자, 지분
17%를 인수했다.

특히 LG그룹은 구본걸 상무를 최근 실리콘밸리에 파견, 그룹의 현지투자
및 M&A 활동을 총괄토록 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현지법인의 전략사업개발부에서 자사 사업과
기술연관성이 있는 첨단 벤처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지분투자를 신중히
검토중이다.

한화그룹은 실리콘밸리 연락사무소를 통해 비메모리 멀티미디어 의학
생화학 분야의 벤처기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인수대상을 물색중
이라고 밝혔다.

국내 중견업체로는 멀티미디어 보드업체인 가산전자가 지난 4월 실리콘밸리
의 재즈 멀티미디어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재즈멀티미디어는 최근 원오사를 인수, 재즈소프트를 설립하는 등 활발한
벤처사냥을 벌이고 있다.

한편 일본은 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사가 야후사
등 미국 50여개 인터넷 벤처기업에 3억5천만달러를 쏟아부은 것을 비롯
도시바 후지쓰 NEC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실리콘밸리의 신생 벤처기업에
돈줄을 대고 있다.

실리콘밸리 현지의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의 장년기업을 인수해
적자보전에 허덕이던 국내 대기업들이 미래형 벤처기업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반도체 경기가 풀리면 국내 기업의 미국 벤처 사냥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