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보험제도는 구 근로기준법 제28조에 규정된 퇴직금제도의 문제를
노동관계법 개정시에 보완한 것으로 새 근로기준법 제34조 4에 규정한
제도이다.

원래 구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퇴직금제도는 각 기업이 적립.지급하여야
할 퇴직금을 사외에 적립하지 않고 사내유보하여 기업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기업이 도산할 경우 퇴직금지급을
제도적으로 보장할수 없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와같이 구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퇴직금제도가 근로자들의 퇴직후 생활을
보장한다는 원래의 입법취지에 부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어 왔다.

따라서 지난3월 노동관계법 개정시에 구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퇴직금제도를
개정하여 사용자의 퇴직금제도 설정을 의무화하는 이외에도 사용자가
근로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퇴직연금보험에 가입토록 규정하였다.

퇴직연금보험제도를 법제화할 당시부터 은행 등 타 금융기관들이 퇴직연금
보험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해줄 것을 건의해왔다.

이 문제에 대하여 노사관계개혁위원회와 노동부 그리고 재경원은
근로자들의 퇴직후 생활을 확실하게 보장할수 있어야 한다는 측면과
우리나라 금융정책과 각 금융권의 기능및 업무영역문제 등을 감안한다는
측면에서 심도있게 논의하였다.

그 결과 퇴직금제도는 보험제도에 의하여 운영돼야 하며 보험회사만이
취급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근로기준법과 시행령에 이를
명시하였다.

그러나 최근 헌법재판소가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우선변제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서 연말까지 근로기준법의 재개정이
불가피하게 됨을 계기로 이미 보험회사만이 취급 가능토록 결정한
퇴직연금보험제도에 은행 등 전 금융기관의 참여를 또다시 주장하고 있다.

이에 퇴직연금보험의 참여문제와 관련된 은행 등의 금융기관 주장의
부당성과 보험회사만이 퇴직연금보험을 취급토록 한 기존 정부방침의
당위성에 대하여 설명하기로 한다.

첫째 제도적으로 보험회사만이 퇴직연금보험을 취급토록 한 것은 근로자나
기업의 선택권을 무시한 불공정한 처사라는 주장은 그릇된 주장이다.

왜냐하면 퇴직연금보험은 개별기업 근로자의 퇴직률과 임금상승률 그리고
사망률 등을 고려한 보험수리적 계산업무를 전제로 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업무는 우리나라의 현행 금융제도상 은행 등의 타 금융기관이 취급할수 있는
업무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회사만이 퇴직연금보험제도를 취급할수 있도록 한 정부의
조치는 당연한 것이다.

둘째로 보험회사만이 퇴직연금보험 취급을 가능하게 한 조치는 금융업무
겸업화추세에 맞추어 업무영역의 구분을 없앤다는 금융개혁방향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올바르다고 할수 없다.

왜냐하면 금융개혁위원회는 겸업화가 세계적 추세이며 겸업화를 통하여
우리 금융산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을 제고할수 있도록 은행 등의
타금융기관이 보험회사를 자회사 또는 지주회사의 형태로 설립하는 방법으로
보험사업을 영위할수 있도록 겸업화의 길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개혁위원회는"우리 금융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하여"
금융제도를 은행 증권 보험으로 구분하여 각 금융권이 그들의 핵심업무를
해당 기관만이 본체에서 운영토록 하였다.

보험사업의 핵심업무를 "보험의 인수및 운영업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퇴직연금보험이 성격상 "보험의 인수및 운영업무"에 해당되기 때문에
타금융권이 "보험회사를 자회사 또는 지주회사의 형태로 설립하지 않으면"
퇴직연금보험에 참여할수 없음은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셋째로 현재 보험상품의 수익률이 은행 등 타금융기관의 신탁수익률보다
낮으므로 퇴직연금보험을 보험회사만 취급토록 할 경우 근로자들이 손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 역시 타당성이 없다.

원래 퇴직연금보험은 30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퇴직재산이
운영되어야 하는 매우 장기간에 걸친 제도로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보수적으로 낮게 책정한 확정금리로 퇴직재산을
운영하되 실제로 자산운용 성과가 책정한 확정금리보다도 높게 나타나면
사후에 그 차익(이차익)을 보험계약자들에게 배당해 주는 계약자배당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 등 타금융권은 퇴직재산의 실제 운영성과를 실적배당하는
금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계약당시의
확정된 금리를 지속적으로 적용하면서 자산운용실적에 비례한 계약자배당을
해주는 보험과 향후 수십년간 계속 낮아지는 실제금리를 반영하는 타금융권의
수익률을 상호 현재 금리로만 단순비교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부합되지
않는다.

이상과 같이 타금융기관이 퇴직연금보험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기이해만을 관철하려는 그릇된 주장으로서 그 당위성이 인정될수 없다.

따라서 퇴직연금보험제도 취급기관에 대한 부질없는 논쟁에 정부가 다시
휘말려 신중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법제화까지 마친 제도를 불과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변경하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