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 홍일점 사무관 장문선(25)씨.

올 4월 정식발령을 받은 장씨는 철도청이 생긴지 98년만에 처음으로
배치된 여성 행정고시 합격자이자 최연소 사무관이다.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91학번인 장씨는 95년 12월 제39회 행정고시
일반행정직에 합격했다.

합격자 75명중 여자는 장씨를 포함해 모두 10명.

연수원시절 진로를 놓고 고민하다가 여자 사무관들이 별로 가지 않는
곳에서 일해 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때 떠오른 곳이 철도청.

여기에는 영주지방철도청 제천보선사무소장으로 근무하는 외삼촌 권정민
서기관의 영향도 컸다.

발령받기전 면접에서 일의 특성상 밤늦게까지 근무해야 하는데 잘 버틸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장씨는 맡겨만 달라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런 장씨가 배치받은 곳은 1년내내 사무실내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기획예산담당관실 예산3계.

"철도청에 근무하는 분들의 성격은 참 밝고 정이 많아요.

서로가 너무 아껴주기 때문에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또 철마다 기차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 야유회를 갖는 것도 얼마나
운치있는지 모릅니다.

철도청에 오길 너무 잘했어요"

가끔은 너무 어린 나이에 사무관이 되다보니 머리 희끗하신 분들에게 일을
시킬 때 송구스런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일단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러면서 나이드신 분들께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춘다.

그래서인지 직원들 사이에 장씨의 인기는 그야말로 최고다.

철도청 공보담당관실 손영수 행정사무관은 "장씨는 철도청 공무원들의
자랑이다.

간부들도 어디를 가나 장씨를 칭찬한다.

일에도 굉장히 적극적이고 항상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남들앞에서 겸손한
모습을 잃지 않는 만점 사무관"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탁구 테니스 볼링 수영 등 못하는 운동이 없다.

그래서 철도청내에 테니스장과 여성직원 전용 헬스장이 있는게 너무
즐겁다.

또 노래와 춤솜씨는 거의 프로급이다.

연수원동기들은 "마카레나 장"이라고 부를 정도.

회식자리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최신 댄싱곡으로 "쉰세대"들의 박수갈채와
환호를 한몸에 받는다.

안경너머로 보이는 초롱초롱한 눈과 웃음이 가득한 얼굴은 미국 영화배우
맥 라이언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장씨는 아직 미혼이다.

남자친구도 없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한다.

외모는 별로 중요시 하고 있지 않지만 운동을 좋아하고 남들과 잘 어울리는
섬세한 사람을 만나면 당장이라도 결혼할 생각이다.

"철도청의 일은 힘들면서도 남들로부터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첫 여성 사무관으로서 국민들에게 친근한 철도청의 이미지를 심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의 소박한 포부엔 앞으로 우리나라 첫 여성 서울역장, 철도청장의 탄생이
엿보였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