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북경)의 ''베이징오리'' 요리는 맛이 없다.

나는 10년전 중국이 아직 개방되기 전 "한국경제발전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러 베이징에 갔었다.

그리고 천안문광장 근처의 베이징반점에 초대되어 베이징오리 요리를
먹었다.

기대와는 달리 그 유명한 베이징반점의 베이징오리 요리는 맛이 없었다.

맛이 없을뿐만 아니라 베이징오리라는 요리맛의 기본을 갖추지 못하였다.

베이징오리 맛은 그 오리껍질이 얇고, 눅진눅진하지 않고, 아삭아삭해야
일품이다.

그런데 베이징반점의 베이징오리 요리는 좀 과장을 하자면, 마른
나무껍질처럼 뻣뻣하고 눅진눅진했으며, 밀전병도 두꺼워 음식을 싸먹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사실 베이징오리 요리를 제일 맛있게 먹을수 있는 곳은 홍콩이 아닐까
생각한다.

홍콩 어디서나 베이징오리 요리는 맛이 일품이고 서울의 호텔에서 파는
베이징오리 맛도 홍콩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면 베이징오리의 원조인 베이징에서는 왜 맛이 없을까.

나는 혼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맛이란 고객의 끊임없는 요구가 있을때 비로소 발달하는 것이다.

까다로운 고객의 입을 만나야 더좋은 요리의 맛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고객의 입맛이란 왕이다.

더 까다로운 입맛에 부응하면 그 음식점은 살아남고 발전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법칙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질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베이징오리 요리면 됐지, 그런 세련된 입맛을 만족시키는 베이징오리
요리는 필요치 않았는지 모른다.

결국 고객의 요구, 고객의 입맛을 도외시한 베이징오리 요리맛이
없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경제도 고객의 입맛에 따라 좌우된다.

특히 기술개발의 경우 까다로운 고객의 요구를 잘 받아들이면 기술은
발전하게 된다.

가전제품에 관한한 일본고객의 요구는 까다롭기 짝이 없다고 한다.

그것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본의 가전명품을 만든 주요 원인의
하나라는 말이 견강부회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