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인 건강 진단을 받을 때는 이상이 없다던 사람이 갑자기 치명적인
질환을 선고받고 당황해 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간혹 보게 된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고 보면 몸에 이상이 있는 데도 건강진단 결과만
믿고 가정의를 찾지 않고 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다.

종합병원의 우수한 진단 장비와 수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안색을
살피고 몸을 이리저리 만져 보는 동네 가정의를 찾아 가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또한 환자가 위중한 데도 불구하고 의사나 처방을 자주 바꾸어 일관성있는
치료가 안되어 더욱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럴수록 환자의 병력과 체질을 오래전부터 잘 알고 부담없이 수시로
찾아갈수 있는 가정의를 두는 것이 절실하다.

우리나라 경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거시경제의 지표 위주에서 업종별 단위사업, 더 나아가서는 단위 기업까지
섬세한 진단이 아쉬운 현실이다.

최근 우리 경제계를 둘러싼 위기는 작은 부분에서부터 차근차근 짚어 보고
바른 진단으로 극복할수 있다고 본다.

우리의 경제 진단은 미시적인 부분에까지 눈을 둘리지 못해 아쉽다.

갑론을박의 종합진단에만 급급하는 모습에서 "숲을 보고 나무를 보지
못한다"는 경구를 생각나게 한다.

진단 뿐만아니라 처방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이러다가
치명적인 상태로까지 가지 않을까 염려된다.

동네 가정의의 의견도 듣고 종합병원도 찾아서 우리 경제가 잘못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지를 정확히 찾아 내야 할 때다.

또한 일관성있는 치료를 통해서 우리 경제의 회복을 하루라도 앞당길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