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에서 맛있게 밥을 먹는 남자 후배들을 보고 있자면 밥맛이 절로
나요"

지난해 3월 금남의 울타리를 걷어버린 상명대학교.

행정학과 대학원의 K양은 남자 후배들이 들어오고 나서 식당밥이 훨씬
맛있어졌다고 한다.

숫가락 가득 밥을 떠 게걸스럽게 먹는 남학생들의 생기 발랄한 모습을
보자면 입맛이 돈다는 것.

식당밖 풍경도 많이 바뀌었단다.

우선 캠퍼스 모습.

담배꽁초로 약간 지저분해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게 이 학교 고참 여학생들의 중론.

삼삼오오 잔듸밭에 누워 잠을 자는 남학생의 모습이나 짝을 지어 게임하는
1~2학년 남녀학생들의 풋풋한 모습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것들.

여학생 화장실이 반으로 줄어든 것도 변화된 것 중 하나.

초기에는 일부 여학생들이 무심결에 남자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얼굴을
화끈거리며 나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강의실 모습도 바뀌었다.

짓궂은 남학생들의 장난때문에 수업이 약간 소란스러워지긴 했지만
학생들이 전에 비해 강의참여에 적극적이 되었다.

특히 도서관 면학분위기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게 대학 관계자들의
평가다.

도서관의 한 직원은 "남학생들이 등장하면서 여학생들의 자세가 좋아졌다"
고 들려준다.

그동안 자유스런 모습으로 공부하던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의 등장으로
자세를 바로 잡고 감출 것(?)은 감추며 공부하게 됐다는 것.

휴게실 소파에 드러누워 잠을 자는 학생들도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일부 여학생들은 "아, 옛날이여"라고 탄식하지만 학교측에서는 남학생들의
입학을 적극 반기는 표정.

학교 도서관에 밤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게 되면서 면학분위기가 잡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5시수업이 끝나면 야간학부학생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학생이
귀가, 야간 캠퍼스가 썰렁했었단다.

한편에서는 남자후배들이 여자 선배의 미모에 반해 프로포즈를 감행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반은 꾸짖고 타일러 물리치기도 하지만 반은 못이긴척 끌려 다니기도
한다고.

교무과 윤승욱(35)주임은 "남녀공학으로 바뀐 상명대학교의 백태를 모두가
즐기고 있는 표정"이라고 소개했다.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