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시장안정대책에도 불구,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대책내용이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데다 시기도 뒤늦은데 따른 "예상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한창일 때는 뒷짐만 지고 있던 정부가 뒤늦게야
내놓은 대책이 한껏 부풀려진 기대심리에 턱없이 모자란데다 앞으로 더
나올 대책도 없을 것이란 실망감이 한꺼번에 작용한데 따른 것이란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이에따라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정부의 대책발표 이전수준으로 이미 되돌아
갔으며 적어도 추석때까지는 불안감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당국과 금융기관, 금융기관과 기업, 은행과 제2금융기관의 상호
불신이 지속되고 있어 자칫하면 기업들의 연쇄도산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정부의 엉성한 안정대책발표로 인해 일부에서 얘기하는
"9월대란설"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게 금융계의 진단이다.

특히 종금사들은 기업체에 대한 여신회수를 지속, 일부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들의 부도설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기업들도 앞다투어 자금확보에 나서 25일 하룻동안 당좌대출이 1조5천억
여원 증가하는 등 자금가수요조짐이 가시화되고 있어 금융위기를 쉽게
타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환율 =원.달러 환율은 사상최고치 경진행진을 이어갔다.

장중에 거래된 최고가는 9백10원대를 코앞에 둔 9백9원50전까지 올랐다.

외환당국이 매도개입에 나섬에 따라 급등세는 다소 진정돼 결국 9백원50전
에 마감됐다.

이에따라 27일 적용되는 매매기준율은 1원20전이 오른 9백4원60전으로
고시됐다.

지난해말 원화가치(매매기준율 기준)가 8백44원20전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8개월 남짓한 기간동안 무려 6.68%나 평가절하된 셈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금융시장 안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환율급등 전망으로
연결되면서 가수요를 촉발, 이같은 급등세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외환당국이 원화가치의 점진적인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는 설이 나돈
점도 달러화 수요초과를 부추긴 요인으로 지적됐다.

국내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이 달러화 매도를 통해 시장에 계속
개입하고는 있지만 저지선이 후퇴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금융기관들에 대한 외화자금 지원규모 등을 감안할 때 당국의 시장개입
여력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 환율 상승시도는 계속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 금리 =정부의 자금시장 안정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26일 자금시장은
불안조짐이 완연했다.

하루짜리 콜금리는 은행권 등 콜론기관이 일제이 관망세를 보이며 돈을
제때 풀지 않아 전일보다 0.21%포인트 오른 연 13.19%를 기록했다.

정부대책이 종금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 시키기에는 미흡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서다.

특히 일부 종금사가 정부대책을 기대하고 1주일물 등 기일물 콜자금을
끌어다 쓴 상황에서 정부대책이 기대에 못미치자 선순환 조짐을 보이던
자금흐름이 다시 경색, 돈 구하는데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이날 토지공사채 등 특수채 물량이 2천억원으로 많긴
했지만 환율급상승에 대한 우려와 정부대책에 대한 실망감에 따른 불안감
으로 회사채(3년)유통수익률이 연12.25%를 기록, 전일보다 0.1% 포인트
올랐다.

이로인해 연5일째 지속된 회사채 수익률하락세가 발전됐다.

기업어음(CP)시장에서는 자금시장의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하락세가
멈칫했다.

이날 3개월짜리 CP할인율은 연 13.40%로 전일보다 0.1%포인트 올랐다.

특히 은행신탁과 투신사의 매입CP 만기연장 기피가 여전한데다 종금사도
현대 삼성 LG 등 초우량기업 CP만을 선별 할인, 추석을 앞둔 기업의 돈
구하기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라는 얘기다.

< 박기호.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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