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식구"는 1968년에 용산고등학교를 졸업한 19회 동기생의 모임이라는
점에서는 여느 동창모임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그러나 몇가지 독특함이 월1회라는 비교적 잦은 모임에도 불구하고
활기를 잃지않게 해준다.

첫째, 이름이 의미하듯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모임이다.

둘째, 날짜 (매월 19일)와 장소 (영국대사관 입구에 있는 한식당
"마당")가 항상 일정하다.

셋째, 회칙이나 회비가 없을 뿐 아니라 매우 효율적이다.

모임은 한시간을 넘기지 않으며 더치페이를 원칙으로 한다.

넷째, 편안하고 자유롭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나오도록 강요되는 모임이 아니라 당일 점심식사
약속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모임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아무래도 서울도심에 상주하는 동문을 중심으로하여
많을때는 20여명, 적게는 10여명의 조촐한 모임이 된다.

이인환(범진상사 대표) 복기호(개인사업) 김영승(환화에너지 이사)
김재홍(제일은행 지점장) 이승권(유공해운 대표이사) 이창흡(흥아타이어
이사) 김철제(숙명여대 교수) 김재봉(지붕상사 대표) 이승열(현대건설
이사) 장세창(공보처 국장), 현재 이 모임의 소집책임을 맡고 있는
조병찬(유공해운 상무), 그리고 "용 식구"라는 예지가 번득이는 이름을
지어낸 정연학 (서울시청 사무관)군 등이 비교적 자주 얼굴을 맞대는
식구들이다.

지금은 청사이전으로 참석이 뜸한 유영규(검찰청) 이승희(국제문제연구소)
군과 함께 처음 다섯식구로 시작된 "용 식구"가 금년에 6년째가 되는 것
같다.

어떠한 모임이 결속과 탄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로
명시적으로 합의된 목적과 구성원간의 권리와 의무 등을 꼽는다.

하지만 용 식구는 이러한 요소들을 결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데는 앞서의 독특함
이외에도 한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는것 같다.

그것은 부족한 것을 나누었을때 오히려 넉넉해짐을 느끼게 해주었던
시절에 대한 향수가 아닌가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