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단순히 재료나 맛으로 평가하던 때는 이제 지났죠.

다양한 이벤트와 독특한 메뉴로 손님들을 얼마나 즐겁게 해 주느냐가 더
중요해졌어요.

이른바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의 시대죠"

신라호텔 영업기획팀에서 F&B(식음료)이벤트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최혜진
(30)씨.

조리사가 정성껏 만든 음식에 화려한 옷을 입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게 그의 일이다.

현재 그는 신라호텔내 7개 레스토랑의 이벤트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 6월 이탈리아 레스토랑 "비체"가 개점 1주년을 맞이했을 때는
1주일동안 이탈리아 축제를 기획했다.

야외 테라스에서 이탈리아 가곡의 밤을 마련하고 이탈리아 각 지방의
특색있는 파스타 요리를 요일별로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덕인지 "비체"는 최근 서울 시내 최고의 이탈리아 식당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물론 그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이벤트마다 기본 컨셉트 설정에서 최종 마무리 작업까지 적어도 2개월은
꼬박 매달려야 하는 힘든 작업이죠.

하지만 행사 후 매출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든지 손님들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을 때면 모든 피로가 눈 녹듯 사라져요"

어린 시절부터 호텔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왔던 그가 그 꿈에
한발 다가선 것은 호텔경영학을 제대로 배워보기 위해 지난 92년 미국
미시간 주립대 MBA과정에 입학하면서부터.

학교를 졸업한 이듬해인 95년 신라호텔의 해외특성인력 공채에 합격하면서
호텔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식음료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정통성".

요리별로 본고장의 최고 조리사를 초청해 어설픈 흉내가 아닌 정통
음식을 선보인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요즘은 추석에 펼쳐질 "국악의 밤"준비에 한창이다.

외국 손님들에게 한국 문화의 멋과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줄 생각.

"외국의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이벤트가 가장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바로 외국 체인 호텔과 구별되는 신라호텔만의 자랑이기도
하고요"

일이 좋아 아직 미혼이라는 그의 책상 위에는 애지중지하는 애완견들의
사진이 빽빽하게 덮여있다.

"좋은 사람 나타나면 사진도 바뀌겠죠"

< 박해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