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의 경우 원인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항공기 사고의 경우 수많은 인명피해가 뒤따른다는 점에서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그렇고 책임소재규명은 물론 희생자와 항공사의
피해보상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정하고 철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2백여명의 희생자를 낸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도 예외일수는 없다.

속지주의에 의해 사고원인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연방교통안전위원회
(NTSB)와 괌에 급파된 한국 정부조사단이 합동조사에 본격 착수하기는 했지만
어느쪽도 그 원인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언급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사고원인을 둘러싼 갖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고, 특히
한-미 양국간에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 아닐수
없다.

한국측은 공항의 착륙유도시설 고장과 기상악화 때문임을 강조하고 항공기
자체의 결함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측은 정비불량에 따른 기체결함이나 조종사의 실수 또는
항공기의 무리한 운항 등이 원인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어느쪽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모든 비행기록이 담겨져 원인규명의 주요관건이 되는 블랙박스의
해독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예단을 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고
바람직스런 일도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명쾌한 답이 나오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예컨대 악천후와 착륙유도장치의 고장이 조종사의 판단을 어렵게해 실수를
유발했다면 누구의 책임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우리는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다만 다소 걱정되는 것은 모든 정보와 증거가 미국에 있고 미국주도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혹시 한국측에 불리한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는게
아니냐는 점이다.

사고직후부터 미국의 항공전문가들은 대체로 사고원인을 조종사의
과실로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더구나 조사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조지 블랙 NTSB위원장이 본격조사도
하기전에 미국TV와의 전화회견에서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이번 사고는
인재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은 이같은 우려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그랬을 가능성도 배제할수는 없겠지만 종합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같은 해석을 내린 것은 신중치 못한 것으로 모든 책임을
대한항공에 돌리려는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만하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같은 사정은 우리쪽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어느 누구도 섣부른 추측을 하거나 다른 일방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일은
사태해결에 오히려 장애가 될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진실규명이다.

그래야만 첫째 목적이라 할수 있는 사고재발 방지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원인이 밝혀지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시정하려는 노력도 우리모두가
명심해야 할 일이다.

과거에 그래왔듯이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습관"이 계속어서는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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