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동-무임금"이 법제화된 이후 처음으로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
노조가 파업참가 조합원들이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키로 했다는 소식은
노조측이 파업참가자의 임금 지급을 회사측에 요구해온 그동안의 관행에
비추어 주목할만한 변화라고 하겠다.

옥포조선소 노조는 지난 1월 노동법개정반대 파업에 참가했던 조합원
4백여명의 임금손실분 1억6천여만원을 보전하기 위해 조합원 8천3백여명의
9월분 급여에서 1인당 2만원씩을 공제키로 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무노-무임이 법제화되기 전인 지난 1월에도 노조가 조합비에서
파업참가 조합원의 생활보조금을 지급한 일이 있다고는 하지만 정식으로
조합원의 동의를 얻어 임금 손실분을 지급하게 된 것은 지난 3월 개정
노동법에서 무노-무임이 법제화된 후 처음있는 일이다.

파업기간중 임금지급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대법원의 판례조차 왔다갔다
할 정도로 그 뿌리가 깊은 것이 사실이다.

대법원은 지난 92년 3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파업기간중에도 임금가운데
생활보장적 부분은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해 사용자측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었다.

그러나 3년뒤인 95년12월에는 "파업기간중 일체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 무노동-부분임금 판정을 스스로 뒤집음으로써
이번에는 노동계의 거친 항의를 받아야 했다.

그후 이 문제는 노동법 개정과정에서 핵심쟁점 중 하나로 끝까지 남아
열띤 공방전 끝에 결국 무노-무임 원칙이 새노동법에 명문화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같은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파업기간중 임금문제에 관한 우리의
입장은 법제화전이나 후나 다름이 없다.

무노-무임 원칙을 확고히 정착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때 노사 모두에게
득이 된다는 것이다.

무노-무임 원칙은 노사교섭에서 존중돼야할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다.

이 원칙은 파업의 대가로 근로자에겐 무임금의 고통을, 사용자에겐
생산중단의 고통을 주는 고통분담행위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무노동에도 임금을 준다면 근로자의 고통까지 사용자가 떠맡게
되는 셈이다.

이는 명백히 자유시장경제의 틀을 벗어나는 불공정행위가 아닐 수 없다.

무노-무임 원칙은 근로자에게 파업에의 무임승차는 더이상 통하지 않으며
파업에 참여할 경우 스스로 일정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심어
주게될 것이다.

무임금을 감수하면서까지 꼭 파업을 강행해야 할 경우라면 이번
옥포조선소 노조처럼 조합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떳떳하다.

새노동법이 노조원의 조합비 상한선을 폐지한 것도 이런 경우에 대비해
노조기금 조성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배려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는 이번 옥포조선소 노조의 파업임금지급이 지금까지 파업참가자의
임금을 회사측이 격려금 형식으로 지급해온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나아가 개정노동법의 정신을 살려 합리적인 노사관계의 정착에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