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5일 도쿄시내 메이지기념관에서 "시티 OL(직장여성) 여름축제 97"
이 열렸다.

올해로 네번째인 이번 잔치는 놀거리 먹거리 솜씨거리를 즐기려는 2천5백명
의 직장여성들로 북적댔다.

그중에서도 인파가 많이 몰린 곳이 "즐거운 장소에는 즐거운 술-진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진로부스.

전체 초청자의 80%가 넘는 2천1백명이 진로바(Bar)에 몰려와 우롱차 칼피스
아세로라 등 세가지 칵테일로 진로소주를 맛봤다.

진로소주의 인기는 여기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소주는 일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의 하나다.

시내 중심가의 백화점, 주류도매점, 슈퍼, 편의점 등 어느 곳에서나 한국
소주는 쉽게 눈에 띈다.

진로 그린 무학....

상품모양도 페트병에서부터 유리병 사각병 등으로 다양하다.

나란히 진열된 일본소주보다 값도 더 비싸다.

그런데도 한국소주는 불티나게 팔린다.

"한국"소주라고 해서 특별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품질좋은 고급소주를 찾다보니 이들 소주에 손이 닿게된다는게 현지
소비자들의 설명이다.

술집에서도 마찬가지다.

도쿄시내 중심가 록본기에 있는 클럽 하나코.

일본인들이 "진로"를 주문한다.

일본식 고급 이자카야인 다누키, 다카다야, 쇼야, 다이키츠 등에서는
"그린"을 찾는 고객들로 북적댄다.

소주칵테일파티를 위한 것이다.

유리컵에 소주 3분의 1정도를 부은 다음 얼음과 물 등으로 나머지를 채우는
일본식 소주 칵테일.

한병에 8백엔 남짓하는 소주가 무려 1만~2만엔짜리로 바뀌지만 개의치
않는다.

"간빠이"하면서 맛을 즐기기에 바쁘다.

한국소주의 활약상은 업체별 판매실적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진로의 경우 올들어 9월말까지 주문량이 2백60만상자(7백ml, 12병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실적치 기준)의 1백63만상자에 비해 60%나 늘어났다.

9월 한달의 주문량이 50만상자에 달하는 점과 연말연시의 특수를 감안할때
올 판매량은 3백20만상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3백만상자는 톱브랜드자리를 확고히 지켜온 다카라주조의 "준"과 한판승부를
펼칠수 있는 규모이다.

진로는 이처럼 지난 78년 첫 수출에 나선지 20년만에 브랜드별 판매에서
일본소주시장 1위를 넘보게 됐다.

한국소주 돌풍의 주역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두산경월은 올 상반기중 41만상자를 판매했다.

하반기에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올해 목표를 1백만상자로 당초계획
80만상자보다 25% 늘렸다.

일본에 진출한지 2년도 채안돼 1백만상자 판매기업의 대열에 끼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경월은 지난해 2월6일 시판에 나선 이래 첫 한햇동안에만 73만상자를
팔았다.

일본소주시장의 무서운 신예로 떠오른 것이다.

무학은 최근 다카라주조를 통해 알코올 35도짜리 매실주담금용 소주 6만병
(2.7l짜리)을 공급했다.

무학은 일본의 대형슈퍼체인인 자스코에 8월부터 연간 12만병을 공급키로
하는 등 신규시장 개척을 통해 4만상자를 판매할 계획이다.

보해도 일본의 위스키 2위업체인 닛카위스키를 통해 올 상반기중 "비단"소주
14만상자를 공급했다.

한국소주업체들은 10월부터 실시되는 소주주세 인상의 파고를 넘어 지금까지
의 상승추세를 유지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주세법의 개정으로 한국소주인 갑류소주(희석식, 알코올 25도, 1.8l짜리
기준)의 경우 주세가 2백80.26엔에서 올 10월1일에는 3백63.42엔으로, 내년
10월1일에는 다시 4백46.58엔으로 오른다.

이로 인해 소주의 소매가격은 현재 병당 1천2백40엔에서 내년 10월에는
1천4백6엔으로 올라간다.

반면 위스키(40도, 7백ml짜리)의 주세는 6백87.61엔에서 10월1일부터는
3백85.7엔으로, 내년 10월1일부터는 다시 2백86.3엔으로 주세가 떨어진다.

따라서 현재 3천7백50엔인 위스키의 소매가격은 내년 10월 3천3백49엔으로
인하된다.

진로는 이같은 가격체계의 변화에 대비, 새로운 타입의 알코올도수 20도짜리
증류식소주 "수퍼마일드"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20도짜리 저도주소주는 이번 주세인상 대상품목에서 제외된다.

진로는 이에 앞서 올해초 기존의 25도짜리보다 도수가 낮은 20도짜리 희석식
소주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진로는 또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올 하반기중에 TV광고를 재개하고
내년에 후쿠오카 센다이에 지점을 내고 1백20석규모의 진로가든 신주쿠점을
개점키로 했다.

두산경월도 현재 16%에 불과한 20도짜리 저도주 그린의 공급비중을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경월은 또 보드카로 취급돼 주세인상 품목에서 제외된 한국산 그린소주를
직수입 판매한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무학과 보해는 무리한 양적 확대보다는 실속있는 소주 수출을 통해 일본시장
을 공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의식한 일본업체들의 맞불작전도 만만치
않다.

일본 1위인 다카라주조는 맛을 한국적으로 개량한 "아락"이라는 상품을
내놓고 한국소주와 한판승부를 준비중이다.

다카라는 12도짜리를 시판한데 이어 17도짜리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코만은 그린의 광고문인 "깨끗하다, 순하다"라는 슬로건으로 "인디고"라는
신제품을 선보였다.

메루잔 기리시마도 20도짜리 저도주를 시판, 10월 이후의 시장상황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소주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맞서 일본 최대업체인 산토리를 비롯한 위스키
업체들도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경영에 나설 움직임이다.

위스키 주세 인하를 실지회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한국업체들이 소주돌풍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기존 경쟁상대인 일본소주업체
는 물론 새로운 적수로 부상한 위스키업체의 추격까지 따돌려야 할 것 같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