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 양주중 어느 것이 더 고급술일까.

물론 값비싼 양주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세율에서는 맥주가 양주보다 더 고급술 대접을
받고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맥주세율은 1백30%(원가기준).양주(1백%)나 소주(35%)보다
훨씬 높다.

여기에 교육세와 부가세를 더하면 세율은 1백96%로 껑충 뛴다.

반면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위스키는 1백53%이다.

결국 터무니없이 높은 맥주의 세율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은 1리터당
판매원가가 5백85원인 맥주를 1천7백31원이나 주고 마신다.

양주보다 맥주에 더 많은 세금을 매기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대부분의 국가는 국민건강과 과세이론을 고려해 높은 도수의 술에 높은
세율을, 낮은 도수의 술에 낮은 세율을 부과한다.

맥주 소매가격에서 차지하는 세금의 비중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맥주
세율이 얼마나 높은지 쉽게 알 수있다.

맥주의 소매가격중 세액비중은 미국이 17.4%, 독일과 프랑스가 20%, 영국이
38.1%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50.9%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

맥주는 국내 술소비량의 60%가량을 차지하는 대중주다.

대중술에 대한 최고세율 적용은 국민부담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맥주업체들도 높은 세율 때문에 팔아도 남는게 없다고 아우성이다.

실제로 OB맥주는 지난 3년간 2천5백억원가량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94년 맥주사업에 처음 참여한 진로쿠어스맥주도 지난해말까지
9백억원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회사에 비해 장사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선맥주의 경우도
지난해 1조1천9백44억원의 매출에 불과 81억원의 순익을 내는데 그쳤다.

물론 맥주업체들이 적자에 허덕이는데는 과잉투자나 과당경쟁 같은 또다른
원인이 있을 수있다.

하지만 맥주업체들은 높은 주세율이 경영부실의 주요인이라고 주장한다.

맥주3사가 지난해 국세청에 낸 세금은 모두 1조3천6백30억원.

맥주업체들은 매달 현금으로 이를 납부하고 대부분 3개월짜리 어음으로
판매대금을 받는다.

3개월짜리 어음을 받아 현찰로 세금을 내다보니 빚을 낼 수밖에 없다.

맥주 3사는 이로인한 손실만도 연간 4백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맥주업계는 그래서 올해 상반기에 턱없이 높은 맥주세율을 현실화해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건의했다.

맥주업계가 제시하는 맥주세율은 70%선.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편이나 그 정도만 돼도 괜찮겠다는게
맥주업계의 입장이고 정부의 답은 여전히 "불가"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맥주업계의 주장이 부당한 것은 아니나 정부로서는
수조원에 이르는 세수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EU(유럽연합)의 압력에 밀려 2백%이던 위스키의 주세를
지난해 그 절반인 1백%로 인하한 바 있다.

EU는 이에 고무됐는지 현재 소주세율을 놓고 우리 정부에 위스키와의 세율
격차를 줄이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정부가 소주와 위스키간 세율격차를 조정할지 아니면 현행대로 유지할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비현실적인 주세율 구조로 인해 맥주 소비자들만 계속
피해를 보고 있다.

< 서명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