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경제는 저수지와 같다.

경제 발전 과정에서는 먼저 저수지의 물을 채우는 일이 급하지만 일단
어느정도 성장하면,더 물을 담을 수가 없다.

싱가포르와 같이 저수지 규모가 작은 나라는 일찍이 저수지의 양이 차게
됨에 따라,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의 퇴출을 촉진하기 위하여 일시에 임금을
2배로 올려 버리는 무리한 정책도 해 보았다.

우리처럼 인구와 국토가 어느정도 큰 나라는 시간이 더 걸려야 물이
차지만, 조만간 차고 마는 것은 같은 이치다.

다만 산업 퇴출이 필요를 느끼기에 둔감해져서, 계속 새물을 담을 궁리만
하고 밑의 썩은 물을 빼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 못 하여 이른바
"고비용-저요휼"구조의 저수지를 끌어 안고 있을 뿐인 것이다.

우리의 고부가치 산업, 하이테크 산업, 기술 집약 산업 등 갖은 용어를
써가며 신산업 진입에만 온 국민, 정부, 기업이 혈안이 되어있다.

그러나 아무리 맑은 물을 투입해도 밑에서 썩은 물을 빼내지 않으면
서로 엉클러 져서 전체 평균 생산성이나, 부가가치가 잘 올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산업과 사회구조의 비효율성 때문에 새로 투입한 물이 남아
있지 못하고 위로 흘러넘쳐 버린다.

악화에 의한 양화의 구축에 비유하여 악수에 의한 양수의 구축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전체 사회의 비효율성이 신규진출산업의 정착을 방해할 뿐이다.

이러한 이치는 기업도 마찬기지다.

경쟁력이 없는 산업과 비수익 업종의 능동적 퇴출없이는, 기업 자체나,
기업그룹의 수익성과 생존력은 아무리 좋은 사업에 자꾸 진출해도 큰 향상을
보기 어렵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산업의 퇴출이나, 사업의 퇴출은 특시 도산을
연상시키고, 일반적으로 퇴출은 비극으로 인시되는 것도 사실이다.

부도수표방지법에 의해서 퇴출이 형벌과 연결되고 몇개월 임금지불도
못한 소위 "악덕"기업인의 잠적까지 가져오는 현 상황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우리는 이제 퇴출이 "비범죄화"와 합리적이고 합법적이며, 부도와 자동
연결되지 않는 좀 더 전략적인 퇴출의 길을 만들 때가 되었다.

이에따라 본고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가지 퇴출이 경제 논리를 제시한다.

첫째, 전략적이고 능동적인 퇴출은 바로 경영의 세계화와 우리경제
산업구조의 합리화를 의미한다.

노동집약적 산업이 저임금 사회로 이동해 가듯이, 예를 들면 건설수요가
큰, 또는 앞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보이는 나라가 건설기계산업을 받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이 산업의 이동 과정에서 한국경제라는 저수지 안에서 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몸이 가벼운 국내 유망 중소기업에게 어떻게
적절히 사업이양을 할 것인가 하는 방안과 국내에서 해야할 업무 공정 제품
등급들을 잘 가려내서 후발국으로 옮겨가는 산업과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
하는 올바른 전략이 필요할 뿐이다.

이런 사전적 전략은 부도내고 사후적으로 도망다니는 비극적 퇴출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특히 퇴출산업의 해외로의 이동도 직접투자 형태의 단독진출, 현지기업과의
동반진출 등이 가능하고 부실기업 매각의 경우도 기술이전과 노하우 전수
등을 포함하면 좋은 조건으로 처분할 수도 있다.

둘째 전략적 퇴출은 국내 대기업간의 중복 또는 과잉 경합되고 있는
산업내에서 자율적인 조정을 가능하게 하고 세계 시장속에서 우리 기업
사이의 전략적 제휴를 촉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 외국자본의 유입도
유도할수 있다.

특히 막대한 초기 투자자금이 소요되는 정치산업의 경우에는 설비의
해외이전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남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인수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주식의 부분 또는 전체처분이 가능하고 특히
생산된 제품의 장기 구매계약을 조건을 첨가한다면 부실산업도 유리한
조건으로 처분할수 있다.

이러한 국내외에서의 M&A또는 합작 직접투자는 이미 부분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나 현재 우리경제는 좀 더 조직적이고 전략적이며 대량의 처분을 비교적
단시간내에 실행해야 하는 구조조정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국가나 기업이나 이 전략적 퇴출을 신규 사업진입보다
더 중요한 과제로 삼아 당분간 청와대와 그룹 기획조정실의 핵심업무로
추진해야 한다.

퇴출되는 산업과 사업의 선정과 퇴출 제도의 보완, 산업 인력의 배치전환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

자칫 머뭇거리다가 이일에 실패하면 기업도산만이 아니라 국가경제의
좌초까지도 일어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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