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사용에도 신토불이 바람이 불고 있다.

미키나 도널드 같은 슈퍼스타급 외국산 캐릭터를 마다하고 "둘리" "떠버기"
등 국산 캐릭터를 사용하는 업체가 부쩍 늘고 있다.

이와함께 국산 캐릭터 사용 상품도 문구 완구 의류 침구 과자 식기 등
이미 잘 알려진 것에서부터 전화기 벽지 예금통장 햄 우유 미용용품 자동차
액세서리 사진스티거자판기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플라스틱 완구업체인 손오공은 투니버스사의 "멀크와 스웽크"라는 캐릭터를
플라스틱 완구로 만들기로 했다.

또 변신합체 로봇인 "천지수뢰"를 캐릭터화해 내년 상반기중 시판할 예정
이다.

서울화학도 국산 캐릭터 로봇을 개발,오는 11월 출시할 계획이다.

신발업체인 국제상사는 아티스 브랜드의 유아용(2~4세) 신발에 둘리
캐릭터를 쓰고 있다.

유한C&T는 사진스티커자판기를 개발하면서 외국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배경화면에 "떠버기" "헬로 디노" "개골고리" 등 바른손의 캐릭터 17종을
채용키로 했다.

총 81가지의 배경화면을 만들 계획인 이 회사는 이밖에도 국산 캐릭터를
추가할 예정이다.

한 열쇠고리 생산업체는 개그맨 이홍렬 캐릭터를 빌려쓰기로 최근 개발사인
호동커뮤니케이션과 라이선싱 계약을 맺었다.

중소기업은행은 예금통장에, 두산유리는 유리컵에, 에버랜드는 마스코트로
국산 만화영화 주인공인 "둘리"를 앉혔다.

또 크라운제과는 지난 5월부터 "블루 베어" "핑키와 팽코" "까미"등
모닝글로리의 캐릭터 3종을 "죠리퐁"에 번갈아 사용중이다.

이 회사는 또 바른손의 캐릭터 몇종을 멀티미니카와 떠버기 요술컵이란
제품에 쓰고 있다.

롯데제과도 "달려라 하니"를 비롯 국산 만화영화 주인공들을 폭넓게 쓰고
있다.

국산 캐릭터를 쓰는 업체가 눈에 띄게 느는 것은 국산 캐릭터의 인지도가
최근들어 급상승하고 있는데다 외국산에 비해 사용료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최근 만화영화 전문 케이블TV 채널인 투니버스(채널 38)와 어린이 교육방송
인 대교방송이 방송을 시작하면서 여기에 출현하는 국산 캐릭터들이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일부 공중파 방송도 어린이 영어교육 프로그램 등에 국산 캐릭터들을 대거
등장시키고 있어 이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수십년 관록의 외국산 유명 캐릭터들이 신선미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국산 캐릭터 부각의 한 이유가 되고 있다.

캐릭터 사용료(로열티)면에서도 국산은 외국산의 절반 수준이다.

외국산 캐릭터의 경우 보통 해당 제품 매출의 10%를 로열티로 지불한다.

쥬라기공원의 티라노사우루스처럼 히트를 치는 것이라면 15%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다.

반면 국산 캐릭터의 사용료는 매출의 5% 안팎이다.

아예 건당 얼마씩으로 계약을 맺는 경우도 흔하다.

최근 외국 캐릭터 업체들이 국내에 현지법인을 만들어 캐릭터 상품에 직접
손을 대고 있는 것도 국산 캐릭터를 써야겠다는 신토불이 인식을 업계에
확산시켰다는 분석이다.

국산 캐릭터를 쓰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국산캐릭터는 애니메이션
등으로 계속 홍보되지 못하고 있으며 대부분 국내에서만 통하는 것이 한계"
라며 "이같은 문제점만 해결된다면 국산 캐릭터를 쓰는 업체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