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각 회사들마다 광고모델로 자사 직원을 기용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광고모델은 소비자들에게 얼굴이 잘 알려진 연예인이나 전문 모델을 쓰는
것이 일반적.

하지만 대중들에게 생소한 자사직원들을 광고에 등장시키는 사례가
요즘들어 자주 눈에 띈다.

TV와 잡지 등에 등장하고 있는 제일제당의 기업이미지 광고에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5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이 회사의 직원들.

신동휘 제일제당 홍보팀 과장은 "최근 삼성에서 분리된 이후 그룹 홍보를
위한 기업이미지 광고가 필요했다"며 "새로운 출발과 일하고 싶은 직장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젊은 직원들을 내세우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이들을 기용한 배경을 설명했다.

모델중 한명인 권성희(CJ엔터테인먼트)씨는 "사내 직원들이 얼굴을
알아보는 건 물론이고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사람들로부터도 전화가
많이 온다"면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모습.

5호선 여의도역.

지금은 교체됐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지하보도를 걷다보면 한국투자신탁의
컬러 와이드 광고판에서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은 이 회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김준연 과장.

김과장은 "처음 광고모델 제의를 받고는 쑥스러워 망설였지만 전문가가
직접 모델로 나선다면 투자자들이 보다 깊은 신뢰감을 갖게 될 것이라는
회사측의 설명을 듣고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김과장 외에도 역시 펀드매니저인 김경배 대리를 모델로
등장시킨 광고를 신문과 잡지에 실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삼성증권은 지난 2년동안 자사 이미지 광고 모델로 김지영 주식팀장과
이병화 김채송씨를 기용해왔다.

김재원 삼성증권 홍보팀 과장은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주식 운용
전문가를 모델로 직접 등장시키는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신문 잡지 등의 기업이미지 광고에 "올해의 현대자동차인"
으로 선정된 강성노 영동영업소 영업부장을 등장시켰다.

지난해에는 신형 "포터"트럭 광고에 승용제품 개발연구원 박정길 차장을
모델로 내세워 "승용차의 편안함을 겸비한 트럭"이란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쌍용자동차도 곧 선보일 신형차 "체어맨"광고에 차량 안전테스트 전문가인
박두연 차량시험팀 책임연구원을 모델로 등장시켜 차량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고경영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시청자들에게 "탱크주의"를 선명하게 각인시킨 대우전자 배순훈 회장,
"패션공화국"을 주창하며 광고에 직접 나선 LG패션 신홍순 사장,
"파워뱅크"가 될 것을 다짐하고 있는 주택은행 신명호 행장, 귀뚜라미 보일러
최진홍 사장 등 CEO들도 보다 높은 광고효과를 위해 과감히 모델로 나서고
있다.

기업들이 사내모델을 쓰는 데에는 비용절감과 같은 현실적 이유도 있지만
사내직원, 특히 각 분야별 전문가를 내세움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계산이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젊고 예쁜 여성들만을 모델로 쓰던 관행에서 벗어나 실력있고
개성있는 직원들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바람직한 일로
평가되고 있다.

< 박해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