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를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6일에는 "기아살리기
범국민운동연합"발대식이 열렸다.

또한 기아그룹 노사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단체협약갱신, 생산직근로자
감축, 노조의 3년간 무분규선언 등 노사관계혁신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가 했더니 28일 기아자동차노조는 이러한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꽤 잘나가던 기업이 쓰러질 지경에까지 이르게된 요인을 찾으려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무어니해도 기아사태는 기아그룹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전제되지
않는한 해결될수 없다는게 우리의 판단이다.

자구노력에는 잘못된 노사관계나 경영상 비효율적이고 낭비적 요인을
빠른 시일안에 털어내는 것이 포함될 것이다.

기아그룹의 노사가 기업을 회생시키려고 나름대로 애쓰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아그룹 노사의 노사관계혁신안 합의설을 접한 우리는 기아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뒤이어 나온 기아노조의 합의설부인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길이 없다.

기업이 쓰러지면 근로자의 권익을 그 어디에서도 신장될 길을 찾을수
없는 것이다.

기아는 살려야 한다.

그러려면 노사가 먼저 발벗고 나서야 한다.

난파선에서 서로의 입장을 따질 때가 아니다.

기아사태를 보는 국민의 마음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기아사태를 빚어낸 요인의 하나로 기아그룹모체인
기아자동차의 지난날 파행적인 노사관계를 지적하고 있다.

기아의 단체협약은 노조가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게 돼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사위원회 및 징계위원회의 노사동수구성, 조합원 전출시 협의(조합간부는
합의)및 교육훈련파견시 노조와의 사전합의, 하도급, 용역, 합병.양도,
공장이전시 노조와의 사전합의 퇴직금 누증제(타 완성자동차업체들은
법정퇴즉금제)등은 정상적인 기업경영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경영이 노조에
의해 주도되는 현상을 빚어내게 돼 있다.

이런 단체협약을 하고 있는 기업이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 크라이슬러 자동차회사가 위기를 맞았을때 영입돼온 아이아코카사장은
35명의 부사장중 33명을 해임하고 8천5백명의 근로자를 해고하는등 대수술을
단행, 잉여인력을 대폭정리하고 차종을 새로 개발하는등 결사적인 노력을
펼쳐 회사를 살려냈다.

기아노사가 펼치고 있는 자구노력은 어느정도인가.

휴일 특근도 마다않고 생산과 영업에 전념하고 있다는 노조의 주장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우리는 그러한 노력을 결코 과소평가 하려는건 아니나 국민들은 그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기업이 위기상황에 있더라도 노사의 입장은 서로 같을수는 없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노조의 주장이 합리적이며 절차가 합법적인가,
그리고 소위 국민기업의 종사자로서 할일은 다하고 있는가를 우리는 따지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기아를 살려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