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애놀드 토인비는 그의 세계 여행기인 "동에서 서로"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오랜동안 여행을 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살면서 익숙해져 있기는 하지만
간접적으로 밖에 몰랐던 사람들이나 풍물을 보게된다.

사람들이나 풍물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산더미 같은 책이나
사진 지도보다도 값어치가 있다.

그래서 새로운 지식을 얻고 귀가하게 된다"

프랑스 사상가 루소는 여행의 방법론을 말하고 있다.

"관찰하기 위해서 우선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상에는 여행에서 배우는 것이 독서에 의한 것보다 못한 사람이 많다.

그들이 생각하는 기술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며 스스로 볼 힘이 없는
탓이다"

세계 역사는 곧 여행의 역사라는 말도 있다.

여행으로서 다른 문화를 알게되고 그것이 문명의 교류로서 더욱 꽃피게
되는가 하면 자기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또는 다른 문명을 정복하기 위해
전쟁을 촉발하기도 했다.

여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순도 달라질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의 근대사도 일부는 여행으로 설명할수 있다.

지독히 가난할때 먹고사는 궁리로서 만주벌판으로, 하와이의 수수깡
밭으로 이민이라는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외화벌이로 삶을 지탱하기위해 전쟁터 베트남으로, 열사의 사막 중동의
건설현장으로 여행을 떠나야 했던 근로자도 부지기수였다.

최근에는 진짜 관광을 위한 해외여행에서 한국인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한국인의 해외여행은 토인비의 말보다는 루소의 지적에 더
가깝다.

관찰할 것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눈요기관광과 증명사진
찍기에만 바쁘다.

봐야할 주제가 마음에 새겨있지 않아 자연히 싹쓸이 쇼핑에만 흐르기
쉽다.

한국여행자는 봉이라는 말까지 있다.

각자의 관광테마가 없어 몇몇 유수한 곳에만 한국인 천지가 된다.

다행히 요즘은 이같은 단순광광은 다소 줄어들고 직장인이나 학생들
사이에서 테마관광추세가 움트고 있다.

떼지어다니기보다는 나홀로 여행하면서 오지탐험 특수문화탐구
창업아이디어헌팅 등에 몰수하는 개성파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문화적 차원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