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이 사상 처음으로 완전자유경선에 의해 대통령후보를 선출했다.

마지막까지 뛴 6명의 후보와 1만2천여명의 신한국당 대의원들이 펼친
후보선출과정은 우리정치사에 하나의 획을 긋는 일임에 틀림없으나
많은 문제점을 남긴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스포츠든 선거든 기업경영이든 경쟁이 붙으면 과열되게 마련이고
과열되다보면 혼란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경쟁을 전제할때 과열 그 자체를 탓할수는 없다.

문제는 과열과 혼탁은 다르다는 점이다.

대표직을 둘러싼 불공정시비, 괴문서와 흑색선전의 난무, 비방과 인신공격,
후보들간의 금품살포시비 등 바람직스럽지 못한 현상들이 빚어졌고 계파
지연 학연 등을 앞세운 소위 줄세우기 등의 구태는 후보들간의 정책대결과
비전제시를 기대한 일반국민들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신한국당의 선택은 이제 끝났다.

대의원들의 선택이 민심과 합치된 것인지는 연말 대선에서 판가름나겠지만
우선 신한국당은 경선과정의 후유증을 털어내고 당이 단합하여
집권여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신한국당은 지난 연말 노동법파동, 한보사태와 김현철의혹, 대선자금시비,
그리고 이번의 후보경선 등으로 국정을 표류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행정조직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경기회복론이 성급하게 고개를 들고 있으나 우리경제는 경쟁력을
잃었고, 경쟁력이 쉽게 회복되기를 기대할 형편에 있지도 않다.

일부 기업이 쓰러지고 있는 것은 특정기업의 문제라기 보다 우리경제전체의
문제가 일부 드러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지금 개회중인 임시국회는 개점휴업상태에 있다.

바른 정치를 하겠다,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목소리는 높아도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의 개정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공산도 크다.

구태의연한 정치가 정치개혁이라는 이름아래 지속될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집권여당은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일에 매달려야 한다.

정치는 바로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신한국당의 대선후보가 뽑혔으니 이제는 여-야 대통령후보들이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펼칠 것이다.

그럴 때 행정은 어떻게 되며 경제살리기는 또 어떻게 될 것인가.

돈안드는 선거를 치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행정조직이 제기능을
발휘할수 있게 집권여당이 앞장서야 한다.

여당이 변하면 야당도 변한다.

변하지 않고 살아갈 길은 없다.

과거보다 좀 나아졌다고 해서 만족할수 없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맞고
있는 대내외 환경이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떳떳하게 정책대결을 벌이고 해야 할것, 하지 않아야
할 것을 분명하게 제시하길 바란다.

눈앞의 표에만 급급, 서로 모순되는 정책을 적당히 조합하는 공약부터
삼가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