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수 <국민생명보험 사장>


요즘 우리 주변에는 세상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아픔이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겪을수 있는 것으로만
생각하기에는 결코 웃지 못할 예사롭지 않은 일임을 알수 있다.

최근 경기침체와 더불어 기업환경의 급변으로 사회적 문제로까지 등장한
것이 있다면 바로 "명예퇴직"을 들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우스개 소리로 조퇴(조기퇴직), 졸퇴(졸지에 퇴직),
황퇴(황당한 퇴직)라는 등의 비웃음 섞인 얘기들을 잘도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당하는 당사자로서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또한 사회인으로서
얼마나 참담하고 낭패한 일이겠는가? 얼마전 명예퇴직자 가정을 주제로
한 TV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다 자란 자녀들을 둔 아버지가 하루 아침에 명예퇴직자가 되면서
경험하게 되는 쓰라린 일들을 보여 주었는데 보면서도 내내 안타까운
마음에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가끔 신문 사회면을 보면 이와 비슷한 사례가 종종 기사화 되곤 하는데
경영인의 한사람으로서 참으로 막중한 책임을 느끼기도 한다.

"제2의 인생"이란 말이 있다.

예전에는 정년퇴직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기 위해 흔히 썼던
말인데 이제는 그 뜻을 달리 해석해 보자.

요즘 평생직장의 개념이 달라지면서 사라져가는 정년퇴직, 연공 서열
보다는 능력 발탁 위주의 연봉제 등과 같은 신인사 정책 바람이 일고 있다.

이로인해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 인생의 또 다른 항로를 맞이하는
이들 있음을 볼수 있다.

이제 다시금 일어서서 제2의 인생을 개척해 가는 그들에게 사회는 스스로
새로운 성취감과 자신감을 심어줄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기대보다는 막연함과 두려움이 앞설 것이다.

하지만 제2의 인생을 보다 긍정적으로 맞이할수 있는 사람이 진정 자신의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올바른 지혜가 있는 사람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이 순간 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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