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중인 기업재무구조 개선방안이 지난달 30일 한국개발연구원
(KDI)에서 열린 공청회를 통해 윤곽을 드러냈다.

주요내용을 보면 오는 2000년부터 차입금이 자기자본의 5배가 넘을 때는
초과차입금에 대한 지급이자를 손비로 인정하지 않으며 계열기업간
지급보증을 완전히 없애도록 규정한 대목이 눈에 띈다.

이같은 "채찍"과 함께 빚을 갚기 위해 부동산을 팔경우 양도차익에 대한
특별부가세를 면제해주고 합병차익에 대한 과세를 연기해주는 등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당근"도 포함돼 있다.

우리는 고질적인 차입경영억제라는 취지는 좋지만 정부주도로 밀어붙여서는
실효를 얻기 힘들며 자칫 또다른 시장왜곡을 불러오기 쉽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바 있다.

(97년6월2일자 사설참조)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지나친 차입예방및 사후처리를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지 않고 행정규제로 개입하는데 있다.

은행 대주주의 경영권행사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첫단추를 잘못
끼우다보니 부도방지협약이다, 대출회수 자제요청이다 하며 사사건건
개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종 탈법및 편법이 판치고 규제가 또다른 규제를 부르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또다른 문제는 낙후된 금융현실을 무시한채 재무구조개선을 밀어붙일
경우 자칫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올수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오는 2000년 3월까지 3년도 채 안남았는데 35조원에 달하는 30대
대기업집단의 지급보증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특정은행 자기자본의 40~50% 이상의 돈을 빌리지 못하게 한 동일인
여신한도제의 시행도 비록 3년의 유예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밖에 부동산을 팔아 빚을 갚으라지만 쉽게 팔리지 않으면 세금감면은
그림의 떡이기 쉽다.

끝으로 재무구조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조세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좋으나
남용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금융문제는 금융개혁으로 풀어야 하며 자칫하면 특혜시비
또는 과세형평의 문제가 제기될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지급이자 손비불인정의 기준에서 왜 건설업이나
여신전문금융업만 예외를 인정하는지, 별도의 부채비율기준은 얼마로 정해야
하는지 애매한 실정이다.

이밖에 세제가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커지는 부작용도 피할수 없다.

결국 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이라는 정책과제는 금융시장의 개방및 금융자율화
등의 조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여건을 조성한뒤 기업스스로 알아서 추진하게
해야지 관계당국이 닥달을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끊임없이 규제하고 개입해도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은 은행이 주도하고 정부는 여건조성에 힘쓰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