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은 27일 오전 11시 연세대 중앙도서관.

영어나 그밖의 취직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후끈 느껴진다.

같은 시간 경영대 농촌봉사활동을 떠나는 전세 버스에는 지난해의
3분의1밖에 안되는 단30명만이 올라타있어 대조된다.

방학이 되자 대학 도서관은 학생들로 학기중보다 오히려 더 붐비고
있다.

봉사활동이나 취미생활은 언감생심일 뿐.지방유학생은 귀향을 포기하고
도서관에 진을 친다.

치열한 취업전선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특히 눈에 띄는 단골손님은 계절수업 수강생들이다.

이전엔 학점관리를 위한 재수강 위주였지만 지금은 4학년때 취업준비할
시간을 벌기위한 여유마련을 위해 듣는 학생들이 많다.

취업전쟁에서 학년이 따로 없어진 것이다.

전국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계절수업 수강생이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입시지옥을 벗어나보니 입사지옥에 떨어져 있더군요" (경희대2년 김성휴)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은 주로 각자의 장래 희망진로에 맞춰 입사 공부를
한다.

특히 요즘은 명퇴의 바람 속에서 회사로부터 팽(?)당할 우려가 없는 각종
자격증 공부나 공무원 시험이 인기다.

공부 방법도 독특해졌다.

이른바 팀제의 도입이다.

도서관 주변에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수험공부를 격려하는 스터디팀은
한마디로 운명공동체.

시험에 붙으면 너댓명이 같이 붙고 떨어질 때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다.

"성실하고 우수한 친구를 영입하면 반은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팀간 경쟁도 치열합니다" (중앙대 4년 김석주)

생활은 당연히 도서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식사를 할때도 마찬가지.

오락도 특별한 것이 없다.

도서관 주변에 삼삼오오 앉아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전부다.

운동이라곤 여럿이 둘러서서 우유팩을 제기차듯 땅에 떨어지기 전에
차는 팩 차기가 전부다.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어쩔수 없다.

취업을 준비하는 도서관파들의 책상에는 당연히 전공서적이나 교양도서가
놓여있을리 없다.

장래의 어엿한 직업을 위한 수험서만이 있을뿐.

그래서 대학은 학문의 장이어야 한다는 일부의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이들은 애써 외면한다.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