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가볍고 짧은 옷이 제철을 만났다.

아슬아슬한 옷차림이 여인을 돋보이게한다.

구리빛 피부가 시선을 자극한다.

여름은 자연스럽게 "노출"을 부추긴다.

덩달아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노출산업도 기승을 부린다.

이윤을 좇는 돈과 은밀한 욕망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여름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노출산업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몸매가꾸기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들.

다른 하나는 가꾼 몸매를 돋보이게 만드는 패션산업이다.

사실 요즘들어 노출이 철을 타지 않는다곤 하지만 여름은 노출산업의
입장에서 보면 특히 하늘이 준 계절이다.

몸매가꾸기를 먼저 살펴보자."보일듯이 보이지 않던" 미덕이 사라지고
당당함이 대신하는 요즘의 세태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많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몸매에 컴플렉스를 갖고 있다.

TV나 영상매체에서 나오는 여자는 대개 잘빠진 몸매만이 여성의 전부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몸에 자신없는 여성을 상대로 한 산업이 호황을 누린다.

이른바 뷰티숍이나 다이어트강좌.

자유업인 만큼 따로 허가받을 필요가 없다.

서울에서만도 1천여개가 넘을 정도다.

여대앞이나 패션문화거리는 물론 요즘은 주택가까지 없는 곳이 드물다.

효과는 장담못하지만 성황인 것을 보면 심리적 요인도 큰 작용을 하는
셈이다.

남성들이라고 몸매에 관심이 없지 않다.

섹스어필시대이다 보니 아놀드슈워제너거를 꿈꾸는 사람도 많다.

평생건강 사회체육이란 측면도 있지만 여름철 헬스클럽회원이 느는 것은
단순히 건강관리만은 아니다.

6백80여개의 서울 헬스클럽은 저마다 꿈에 부푼 남녀로 북적댄다.

피부관리야 기본이다.

유명화장품업계는 수영복 차림의 모델을 내세워 각종 제품에 대해 선전을
해댄다.

뽀얀 피부가 눈에 쏙 들어오기도 하고 구리빛 피부가 가슴을 뜨겁게
달구기도 한다.

연간 시장규모 2조6천억원중 25%가 여름에 팔린다.

여름이 화장품 비수기라는 공식은 이젠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는 얘기다.

패션산업은 언제나 그렇듯 유행을 리드한다.

노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잘 가꾼 몸매도 제대로 포장이 될때 시선을 끄는 법.

배꼽티도 탱크탑도 패션이 노출문화를 선도해온 예다.

비록 그것이 전통적 문화양식과 맞지않더라도 보는 사람이 즐겁고 입은
사람이 기쁘다면 여기엔 가치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또다른 가치관을
탄생시키면서.

상혼이 노출을 욕망으로 승화시켰는지, 욕망이 노출산업을 이끌어냈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노출산업이 관음증과 노출증을 갖고 있는 변태성욕자를 소비대상으로
하는지 아닌지도 중요치 않다.

단지 성에 대한 관념 변화와 함께 노출산업도 성문화산업의 하나로
자리잡았을 뿐.

97년 여름 거리는 또 다른 변화를 기다린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