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로 돼있는 현행 시중은행 주식소유한도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강경식
부총리의 발표는 한마디로 현재의 은행 소유 및 지배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주인있는 은행이 나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금융에 대한 관치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지속될 것 또한
명확하다.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5대그룹의 은행주주권 행사에 대한 제약을
없앤다지만, ''4%''로는 그 역할에 한계가 있을게 너무도 분명하다.

바로 이런 상황, 지배할 주주는 물론이고 의사결정을 주도해나갈 주주도
없는 여건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는 길게 얘기할 것도 없다.

단 한주도 갖고 있지 않은 정부가 은행장을 선임하는 상황이 끝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주인이 없는 은행''의 문제점은 새삼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누구나
피부로 느끼는 성질의 것이다.

은행의 비효율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한보사건에서도 주인이 있는 금융기관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는
두드러졌다.

그런데도 은행주 소유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까닭은
간단하다.

은행에 지배주주가 나오도록 허용하면 은행은 독점대기업의 사금고가 되고
만다는 인식이 너무도 강하기 때문이다.

경제력 집중이 그렇게 않아도 심한 상황인 만큼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는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4% 한도를 10%로 올리자는 금개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강부총리는 "앞으로 금융감독위의 기능확립 등을 봐가며 은행주 소유제한
완화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은행주식 소유상한을 확대할 경우 지배주주에 대한 대출금 등을 감독원에서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는데 아직 그런 여건이 충족됐다는 확고한 보장이
없기 때문에 4% 상한을 그대로 두겠다는 설명인 셈이다.

그러나 강장관의 그같은 설명은 이 해묵은 논의가 나올 때마다 정부
관계자들이 되풀이해온 것이기 때문에 신선미가 없는 것은 물론 설득력도
없다.

은행주식 소유 또는 주주권행사를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 5.16때부터이니
이미 36년째인 셈이다.

그동안 주인있는 은행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 역시 한두차례 제기된
것이 아니다.

대형 금융사고가 빚어질 때마다, 은행법개정논의가 있을 때마다
되풀이됐다.

그때마다 들었던 ''주인을 찾아주지 못하는 이유''를 지금 또 듣는다는
것은 답답하고 안타깝다.

우리는 지금 또 결단을 미뤄서는 안된다고 본다.

주인있는 은행이 특정 대기업의 사금고가 되지 않도록 감독하는 것이
마치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현재의
은행소유 및 경영구조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보기 때문에 그렇다.

모순투성이인 오늘의 금융현실이 ''주인없는 은행''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재경원은 다시한번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