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회사와 증권회사를 다니던 20대 청년이 게임소프트업체 사장이
됐다.

밀레니엄소프트 이은조 (28) 대표.

요즘은 널린게 "사장"이라지만 막상 창업이라는 게 보기처럼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이씨를 보면 그렇다.

평소 관심을 갖던 문화사업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그는 철저한 통과
의례를 거쳐야 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이벤트회사에 1년동안 다녔다.

한일교류 3천년전 기획을 위해서다.

자신감이 넘치던 꿈많던 시절이다.

하지만 세상은 젊음만을 과신하는 사람에게는 가혹한 법.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하고 기획전은 막을 내려야했다.

사업은 냉정한 것.

혼자 똑똑하거나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모든게 풀리는 것은 아니라는
경험을 안고.

한번 실패를 맛본 이씨가 관심을 가진 것은 "돈줄".

자본의 흐름을 알아야 사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시 고려증권에 입사했다.

그것도 채권 등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인수부 근무를 자청했다.

1년반정도의 짧지않은 훈련기간.

올초 다시 재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도 역시 문화사업의 한 분야인 게임소프트업.

"컴퓨터게임은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시장규모도 크지만 아직
북모지 상태다.

다마고치를 봐라. 하나의 문화현상이 되고 있지 않은가"

그가 게임에 눈돌린 이유다.

5천억원 규모의 시장에서 국내업체가 차지하는 포지션이 10%대에
불과하다는 점도 그가 국내 게임시장에 뛰어들게된 이유.

증권회사 경력을 살려 자본금은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모았다.

나중에 주식으로 바꿔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개인투자자 (에인젤클럽)를
끌어 들인 것.

한마디로 전환사채형식이다.

회사발전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해 준 분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씨는 게임소프트 개발분야에서 알아주는 실력자 최호생씨를 개발실장으로
영입했다.

기술분야는 최씨가, 기획 영업담당은 이씨가 맡은 투톱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밀레니엄소프트가 첫 스타트를 끊은 작품은 "컴백 태지 앤 보이스"
CD 음반에 삽입한 게임.

지금은 "천의 얼굴"이라는 롤프레잉 게임을 9월에 내놓기 위해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입체게임인 3D 블록게임도 준비중이다.

교육용 게임으로 수출할 생각이다.

"일본게임인 삼국지가 히트상품이 됐지만 정작 가장 큰 시장인 미국
등에서는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문화적 차이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적 보편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많은 자본이 들어가지 않지만 전세계적으로 널리 유포된 테트리스같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직 이 회사가 넘어야할 장벽은 많다.

먼저 불법복제문제가 심각하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마진폭이 소비자 가격의 20~30%에 불과한 유통구조의 낙후성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5천만원에서 1억여원이 들어가는 게임투자비를 감안하면 이같은
문제가 여전히 개발업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자신감에 차있다.

자본금 5천만원, 그리고 20평 규모의 사무실에 7명의 직원이 전부이지만
"애니메이션이나 기획력에서 앞서는 디즈니사와 컴퓨터그래픽으로 유명한
실리콘그래픽스를 합친 것 같은 회사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