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목슴''을 걸었다고 거침없이 말할수 있는 젊은이가
몇이나 될까.

우프에 목숨을 건 사나이 이창열(25).

우프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우프전문 여행사 ''히어 위 고우''
의 대표다.

약간 생소한 단어인 우프.

해외여행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깡그리 무시하는 색다른 여행
프로그램으로 ''해외무전여행'' 또는 ''노동여행''으로 부를수 있다.

"시간과 돈을 들여 해외에 나갔다 와도 기억속으로 사라지면 그만인
여행은 의미가 없잖아요"

우프는 외국인에게 일을 해주기 원하는 농장을 찾아가 하루에 4~5시간
일을 하고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받는 것이다.

"돈을 안들이고 가정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인간대 인간으로 그들의 문화를
엿볼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죠.

일을 해주고 그 대가로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받는 원시적인 물물교환식
거래죠"

그가 우프를 알게된 것은 95년.

무역업에 꿈을 두고 영어를 정복하겠다는 생각으로 호주유학을 떠났던
그는 우프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6개월동안 어학연수를 받는데 5백만원정도가 필요해 4개월동안 택시운전을
하기도 했다.

호주로 건너가 공부를 하면서 그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는데 놀란 그는 "이렇게까지 와서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에
빠졌다.

"비싼돈 버려가면서 영어 한마디 못배워오는 기존의 어학연수 프로그램이
무의미하다고 느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외국인을 통해 ''우프''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는 우리나라에 도입하겠다는 결심을 하게된다.

"이스라엘의 ''키부츠''역시 우프입니다.

요즘엔 영어를 배우러 그곳을 찾는 한국인들도 있다고 합니다.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가 있습니까.

외국인들을 불러들이면 되죠"

영어를 배우러 우퍼들을 우리나라로 불러들여 일거리를 주고 숙식을
제공하며 같이 어울려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는 농장에서 일하고 숙식을 제공받는 해외의 우프여행과는 다른 차원의
여행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기없는 농사일보다 도자기 화문석 하회탈 인삼 등 우리문화
상품을 만드는 곳에서 외국인들이 일하고 배울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구상.

영구친구가 CCK(Cultural Cooperation of Korea)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그의 구상은 어느정도 결실을 거둬 현재 충북제천의 농가와 경기도 여주의
도자기 공장, 강화도 화문석단지 등에서 외국인 우퍼를 받아들이겠다고
신청했다.

그를 통해 우프여행을 떠난 사람도 2백여명.

얼마전에는 55세의 명퇴자가 우프여행을 신청해와 "외국까지 나가서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느냐"며 간곡히 설득해 돌려보내기도 했다고.

반면 우리나라로 우프여행을 온 사람은 아직까지 미국인 윌리엄씨와
오스트리아인 힐드가드씨 등 단2명.

이에 대해 이창열씨는 "앞으로 더욱 바쁘게 뛰어다녀야 할 것 같다"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는 다음달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와 유럽국가들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으로 우프여행을 와달라는 홍보물을 배낭 가득히 들고 뿌리고
오겠다고.

"아직도 영어때문에 힘들다"며 엄살을 떨지만 세시간 이상 짧은(?)
영어로 영국인을 설득, 우리나라를 그들의 우프여행 대상국에 포함시키기도
한 배짱좋은 사나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이일 못하죠.

택시 운전할때보다 못 벌어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일하는거죠.

아직 젊잖아요"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