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일을 하는 계열사 2개를 합치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매도하는 회사는 특별부가세를 내야 하고 매수하는 쪽은 취득세를 내야
한다.

이것 저것 빼면 그냥 2개사로 남는게 낫다"

모회사 S대표는 지금과 같은 제도하에서는 우리 유화업계가 구미나 일본과
같은 구조조정을 하기 어렵다며 자주 이렇게 얘기한다.

진출지역이 비슷한 수출부문을 통폐합해 업계 공동의 판매회사를 만드는
일본의 예와 같은 것은 우리 현실에선 아예 불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부동산 관련 세금 뿐만 아니다.

한계사업정리 유사부문 통폐합 등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제도적
걸림돌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들수 있는게 출자총액 한도제한이다.

30대그룹의 경우는 순자산의 25% 범위안에서만 다른 회사의 주식을 사들일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이 한도에 걸려 계열사간 인수 합병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세금문제를 자세히 보면 왜 통폐합이 어려운지 잘 알수 있다.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각하고 싶어도 특별부가세 20%, 법인세 28% 등을
내야 한다.

매각이익의 절반이 넘는 돈이 세금으로 나간다는 얘기다.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는 것도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는 주요인의 하나다.

일시해고(lay off)를 할 수 있는 미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경영이
어렵다고해서 마음대로 특정 부문의 인원을 정리할 수 없기 때문에
구조조정은 더딜 수밖에 없다.

모업체 관계자는 여기에다 "누구를 위한 경쟁촉진인지 모를 공정거래법도
빠뜨릴수 없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업체들이 구성에 실패한 석유화학 민간투자
자율조정협의회(민자협)를 들었다.

석유화학 투자지침이 없어진이후 설비과잉을 민간 차원에서 막기 위해
추진된 민자협은 결국 "부당공동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공정위의
입장에 걸려 결국 만들어지지 못했다.

특정 품목에 대한 전략적 제휴도 공정거래위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는
점에선 마찬가지다.

국내 실정에선 "PP는 우리가 하고 PE는 당신네가 잘하니 넘겨 주겠다"는
식의 전략적 제휴는 어렵다.

문제는 내수뿐 아니라 수출관련 사업의 경우에도 공정거래법의 잣대가
그래도 쓰이고 있다는데 있다.

H사 관계자는 "외국과 경쟁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잣대를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다 남들이 하는 건 우리도 다 하겠다는 백화점식을 택해왔고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욕심도 구조조정이 더딘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구조조정이 요즘의 화두라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구두선으로
끝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