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석유화학공업협회장 /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역사는 25년여에 불과하지만 그간 높은 경제성장과
정부 및 업계의 적극적인 개발노력 등에 힘입어 괄목할만한 발전을 해왔다.

현재 에틸렌 총생산능력 연산 4백40만t을 갖는 10기의 나프타 분해공장과
관련 계열공장을 보유하는 세계 유수의 석유화학공업국으로 발전했고
에틸렌 생산능력 기준으로는 미국 일본 독일 CIS(독립국가연합)에 이어 5번째
규모의 보유국이 됐다.

지난 80년대말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은 국내공급 부족으로
많은 양을 수입에 의존하는 등 개발초기이후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면치
못하였으나 90년대 접어들면서 대폭적인 생산능력 확대와 적극적인
수출추진으로 93년부터 무역수지가 흑자로 반전됐고 이후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에 우리나라는 약 2백억달러(17조원)어치의 각종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해 이중 56억달러(5조원)어치를 수출했다.

석유화학분야의 무역흑자액은 약 10억달러를 기록했고 금년도 수출액은
62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렇게 짧은 기간동안 급속한 발전을 이뤘지만 많은 문제도 안고 있다.

우선 수급상의 문제다.

수요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의견을 달리할수 있지만 80년대말이후
대폭적인 시설확대로 대부분 품목들이 국내수요 기준으로 심한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폴리올레핀 등 일부 분야에서는 국내 수요의 배가 넘는
시설을 보유하는 등 수급불균형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석유화학의 주변여건까지도 급변하고 있어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그간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이었던 아시아의 주요개발도상국들의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자급화의 진전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산유국들의 수출위주의
석유화학시설 확대 등으로 범용석유화학제품의 수출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와같은 여건변화에 대처하기 위하여 선진 화학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업간 또는 분야별 통.폐합이나 제휴를 통한 대형화.집약화의 추진으로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한편 정밀화학 신소재 개발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화를 추지하는 등 산업의 합리화와 고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여건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양적인 성장일변도에서
질적인 성장으로 전략의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자체설비의 확대를 통하여 대형화를 추진하여 왔으나
이는 한계가 있으므로 기업간 또는 분야별 통.폐합과 제휴 등을 통한
대형화.집약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서는 공존공생차원에서 상호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