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에 지난 96년은 ''고통의 해''로 기록될 것 같다.

대대적인 설비증설의 결과로 각 업체들이 철강제품을 시장에 많이 쏟아내긴
했지만 국내 경기침체로 이 물량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철근이나 형강 등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전기로 업체들은
눈덩이 재고에 시달렸다.

판재류 업체들도 판매난을 피할수 없었다.

여기에 환율변동에 따른 외환차손, 금융비용 증가 등은 철강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결과적으로 삼미특수강 등 일부 철강업체들이 도산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한국철강협회가 분석한 ''96년도 철강업 경영실적'' 보고서를 통해 그 실태를
살펴본다.

<>매출은 그나마 양호 =지난해 국내 철강업계의 경영실적은 "설비증설로
매출은 소폭 신장, 그러나 이익은 감소"로 요약된다.

국내 주요 철강업체 31개사의 96년말 현재 총자본은 27조8백16억원.

전년대비 12.7% 증가한 규모다.

이는 전기로 냉연 강관업종의 활발한 설비 신증설로 고정자산이 크게
늘었기 때문.

생산능력이 늘어난 만큼 매출도 따라서 증가했다.

31개사의 매출액은 지난해 18조2천7백8억원으로 전년보다 3.9% 늘었다.

세계 철강경기의 부진에 따라 수출가격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판매가 어느정도 호조를 보여 이같은 성과를 기록했다.

실제로 매출액중 국내판매는 14조4천7백75억원으로 5.4% 증가했으나
수출은 3조7천9백33억원으로 1.3% 감소했다.

<>수익성은 크게 악화 =지난해 철강업계의 수익성은 한마디로
악화일로였다.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 성과라 할 수 있는 경상이익은 6천5백92억원으로
전년보다 40.6% 감소했다.

이는 매출원가의 증가율이 매출액 신장률을 웃돌아 영업이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일관제철과 냉연업종이 환율변동에 따른 외환차손의 증가와
금융비용 증가로 20%이상의 감소폭을 보였다.

전기로 업종은 주원자재인 고철가격의 하락으로 매출원가 증가율이 매출액
증가율보다 낮아 영업이익은 늘었으나 금융비용의 상승과 환차손 증가로
경상적자를 기록했다.

특수강과 합금철 업종은 매출감소와 영업외비용 증가로 적자폭이 전년에
비해 더 커졌다.

당기순이익은 5천3백74억원으로 전년대비 39.6%나 줄었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로 재압연 업종에선 증가했으나 냉연 강관 와이어로프
업종은 감소했다.

합금철 업종은 전년도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됐다.

특수강은 적자폭이 확대됐다.

<>일본과 미국도 마찬가지 =일본의 철강 48개사는 96 회계연도의 매출액이
9조5천7백38억엔으로 전년대비 0.4% 증가했다.

경상이익은 업계의 비용개선 등으로 전년대비 11.7% 늘어난 2천4백72억엔
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1천1백43억엔으로 전년보다 51.5%나 감소했다.

미국 철강 6대사의 경우 평균 판매단가 하락과 일부 제철소의 사고로 인해
매출액이 2백51억3백만달러로 전년대비 2% 감소했다.

순이익도 8억7천4백만달러로 48.9% 축소됐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