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권 < 신원그룹 이사 >

최근 국내의 전반적 분위기는 정치 경제적으로 나타나는 일련의 전개
상황에 집착하여 미래에 대한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정치상황은 논외로 하더라도 금융및 외환시장의 불안정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원화 환율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우려는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율결정이론에서 환율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소는 수출
수입의 수요보다 경제주체들의 국내외 금융자산에 대한 선호도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일물일가의 법칙 (즉 두나라가 동일한 재화를
생산할때 장소에 관계없이 재화의 가격이 동일해야 한다는것)을 일반화
시킨 구매력 평가설이 환율결정이론의 하나로 설득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구매력평가설도 각국간의 상대가격의 변화, 관세와 쿼터제,
생산성의 차이 및 국내외 재화에 대한 선호도 차이등으로 인해 환율의
변화를 충분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최근 영국의 한시사주간지는 이러한 구매력평가설에 기초하여 각국의
환율을 표시하는 "빅맥지수"를 발표했는데 이는 전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상품인 맥도널드사의 빅맥에 대한 각국 현지가격을 비교함으로써 각국
통화간 교환비율을 평가한 것이다.

이의 추정에 따르면 국내통화(원화)는 약6% 평가절상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 빅맥지수에 의한 원화가치는 최근 환율변동 추이와 거의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맥도널드사의 빅맥은 물론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에서 언급한
구매력평가설의 약점을 상쇄시킬수 있는 동일한 재화바구니의 범주로
분류될 수 있는 상품으로 볼수 있다.

최근의 평가절하추세는 우리의 수출경쟁력감소와 기타 여러문제에서
기인하고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 일련의 부도사태등으로 인한
국내자산의 선호도 감소에 의한 것으로 단기적인 현상으로도 볼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겪고있는 금융및 외환시장의 어려움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경우 80년대말 금융시장의 위기가 나타나 경기침체와 부동산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92년 위기국면을 맞이하여 지금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금융및 외환위기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한 예이다.

현 시점에서 금융및 외환시장의 침체에 대한 대책으로 인적자본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풍부한 인적자원을 갖고 있는 것을
자부해왔고, 또한 풍부한 인적자본은 경제개발을 성공하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인적자본을 계속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은 실종되지
않았나하는 것이다.

92년 노벨상을 수상한 시카고대학의 개리 베커는 거시경제변수중 고용과
생산에 있어서 인적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즉 인간의 교육 훈련 지식 및 건강등에서 기인하는 인적자본형태의
부는 현재와 미래의 소득창출력형태로 구성된다.

선진국들의 국민소득 75%정도는 인적자본으로부터 나오는 임금 급료
등으로 구성되고 있기때문에 인적자본의 가치는 주식 주택및 다른
자산들의 총가치보다도 3~4배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은 주택과 인적자본이 그들이 보유한 중요한
부의 요소이기때문에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등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한다하더라도 그들의 인적자본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한 경제활동에는
큰 변화가 없다.

따라서 인적자본의 소득창출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는한
금융시장의 침체는 일부분의 고용 및 구매력에 현저한 영향을 줄수있기는
하지만 경제전체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특히 금융자산가격은 미래에 대한 신뢰감과 기대에 매우 민감하기때문에
정책입안자들의 말과 행동으로 인적자본에 영향을 미칠수있는 비관주의를
유발하여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개방경제로 외부의 압력과 자원부족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인적자본의 구성요소중 하나인 교육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나라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성장에 있어서 우리가 가진 인적자본의 역할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경제가 좋을때나 어려울때나 인적자본이 우수하다고 우리들은
늘 강조하고 자부하여 왔다.

그러나 현재 금융및 외환시장의 위기에 대해 정치 경제적 외생변수들에
몰두해 있는 나머지 인적자본의 중요성을 그 대책으로서 활용하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의 거시정책기조나 사회분위기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인적자본의
안전성을 저해하지 않고 인적자본을 우리의 정신이 고양되는 방향으로
전환하며 인적자본이 효율적으로 사용될수 있도록 정책이 전환되고
인적자본의 성장을 통해 신기술 개발에 힘을 기울일 수 있다면 현재
확산되고 있는 금융및 외환시장의 위기감을 불식시키고 우리 경제가
재도약을 하는 기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