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임을 소개하자니 인원도 단촐하고 남들에게 알리기엔 너무나
평범해 쑥스럽다.

우리들 모임인 육육회 (6학년6반)는 서울 청구국민학교 26회 (73년 졸업)
5명으로 이루어 졌다.

졸업후 벌써 24년이란 세월이 지나갔으니 참으로 오래된 모임 같지만
대학 졸업때까지는 그저 남들처럼 친한 친구 몇몇이 모여 가끔 등산가고
여행가고 공부이야기하고 술마시고 한담으로 시간을 보내는 정도였다.

그러다 지금으로부터 8년전 조금 더뜻깊은 모임을 갖고자 매월 셋째주
토요일 오후에 동작동 테니스장에 모여 테니스를 치기로 했다.

그때부터 꾸준히 쉬지 않고 모임을 가져 벌써 8년이 넘어 이제 프로의
경지에 달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도 아마추어 수준에서 못벗어나는 것은 경기후에 가지는
뒷풀이에 더 관심이 많은 탓일 것이다.

보통 매년 3월에 시즌오픈을 하여 11월에 경기를 마치고 겨울에는
스키장에서 열심히 동계훈련을 하며 가족간의 우의를 다진다.

경기를 가질땐 팀의 구성을 손바닥을 앞뒤로 하여 편을 나누는데 누구와
같은 팀이 되더라도 매번 풀세트의 접전을 이루며 용호상박의 혈전을
벌인다.

엔드라인 근처만 갔다와도 자기네 편쪽으로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장집사 (장병철 금강산업이사)때문에 한바탕 웃고나면 한 주간 쌓인
스트레스는 한꺼번에 해소된다.

뒷풀이 때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그 시절 그 이야기들로 또 한바탕
웃곤한다.

그 시절 그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고등학교 2학년때 캠핑을 가기 위해
1년동안 적금을 부어 여수 만성리-남해 상주-부산 송정-포항 칠포 등을
10여일 동안에 여행을 했던 일이다.

지금도 상주-부산간 여객선의 비내리는 갑판위에서 주먹으로 깨어먹던
수박판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 모임은 보다 발전하기 위한 2단계의 중.장기 계획을 가지고 있다.

먼저 10년째 되는 해부터는 부부로 이루어진 혼합복식조를 운영하며
부부애로 이루어진 부부대항의 장을 마련해 과연 어느 부부의 애정과
금실이 좋은지 알아보고자 한다.

또 장기계획으론 다들 은퇴한 후에 2세를 포함한 가족대항전을 갖는
것이다.

그때쯤 되면 우리모임은 20여명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모임이 되어
있지 않을까.

현재 우리 모임의 멤버로는 작년에 사업을 시작해 머리가 눈에 띄게
빠진 필자 임재홍(칼라 대표) 구영모(박사.삼성전자 연구원) 장병철
(금강산업이사) 박청재(한국 3M 과장)그리고 최근에 연락이 두절(?)된
유병식이 있다.

모든 모임이 그렇듯이 작은 모임으로 시작하여 흰머리가 영글어지듯이
조금 조금 이 사회에 선행을 베풀수 있는 모임으로 가꿔나가는 것이
변함없는 우리의 우정을 성숙시키는 길이라고 회원모두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