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전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유엔이 정한 제25회 세계환경의날 행사가 서울에서 열렸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환경의식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어제 거행된 기념식에서 채택된"환경윤리에 관한 서울선언문"은
21세기를 대비한 새로운 환경이데올로기를 제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5년전 채택된 리우선언에 버금간다고 할수 있다.

오늘날 국가경영이나 개인의 삶에 있어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는 아무
일도 할수 없을 정도로 환경문제는 중요하고도 절실한 과제가 되었다.

서울선언문에서도 지적됐듯이 환경파괴로 인한 인간자체의 파멸을 막기
위해서는 더 늦기전에 국가의 발전전략에서부터 개인의 일상생활에 이르는
모든 활동을 수정해야 할 판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환경의날 행사를 주관할만큼 환경모범국인가를
자문해 볼때 자괴감을 금할수 없다.

각종 오염물질배출량을 비롯한 대부분의 환경오염지표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며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심각한 환경파괴가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여기에 국민들의 환경의식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환경친화도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뿐만아니라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 역시 환경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관련법의 정비작업이 관련부처와 업계의 반발로 계속 겉도는가 하면
환경관련 투자 역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볼때 이번 세계환경의날 행사는 정부가 내세우듯이 경제성장
모범국에서 환경모범국으로 탈바꿈한 한국의 모습을 알린다기 보다는 환경에
대한 지금까지의 무관심을 반성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그같은 반성을 바탕으로 할 때에만 이번 서울대회는 우리국민이 세계인의
보편적 환경보전 가치관을 체득하고 녹색국가 건설을 위해 국민적 역량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환경보전을 위한 선진국들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환경을 빙자한 환경패권주의의 대두를 경계하지 않을수 없다.

선진국들이 환경보호를 구실로 개도국들에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의
환경기준을 강요하고 있는데는 자국의 앞선 환경기술력으로 개도국의
환경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속셈과 함께 환경과 무역을 연계시켜 비관세장벽을
높이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아야한다.

누가 뭐래도 지금까지 지구환경오염의 주범은 선진공업국임을 상기해볼때
선진국들의 이같은 순수하지 못한 태도는 시정돼 마땅하다.

21세기에는 환경보전수준이 곧바로 국가경쟁력으로 어어지게 된다.

이번 환경윤리에 관한 서울선언을 계기로 우리의 환경정책도 환경기술개발
및 환경관련 인프라구축에 초점을 둠으로써 국가경쟁력향상과 연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