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기술연구원 생산기술연구실 송승훈(32) 박사는 최근 대학시절 손때묻은
죽검을 다시 잡았다.

상대를 단칼에 거꾸러뜨리기 위한 연구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의 상대는 대일무역역조품목.

그중에서도 기계설비제품이다.

기계설비제품의 대일무역역조는 그동안 난공불락의 요새로 여겨져 왔다.

지난 94년의 경우 우리나라전체 무역적자는 63억달러였는데 그중 대일무역
적자는 1백18억달러였고 특히 기계설비제품의 적자폭은 1백24억달러에
달했을 정도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핵심기계설비류는 모두 일본
에서 들여오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그러나 이젠 겁날게 없다.

지난 1년반의 단련끝에 상대를 혼내줄수 있는 비밀병기 하나를 개발해
낸데서 얻은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기 때문이다.

5명의 팀원이 역할분담해 만들어 낸 것은 초정밀 가공기용 "패스트 툴
서보".

일종의 미소절삭 공구대인 패스트 툴 서보는 공구와 주축에 물린 가공물
사이의 거리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 가공정밀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부품.

치수 및 형상 정밀도는 0.1미크론m 이하로 가공물의 표면을 유리같이
매끄럽게 깎아주는 기능을 한다.

이 부품을 쓰면 주축의 정밀도가 다소 떨어져도 고선명TV(HDTV)용 비구면
렌즈, G4 팩시밀리용 다면경, 레이저프린터용 다면경, CD플레이어 레이저
픽업용 렌즈, 캠코더용 비구면렌즈 등 최고 10nm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핵심
부품의 가공도 가능하다.

때문에 공작기계쇼와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도 우리나라 전문가에게만은
사진촬영조차 금지시킬 정도로 공작기계왕국 일본이 아끼는 최고 수준의
부품이다.

그는 과기처와 통산부가 공동주관하는 G7 첨단생산시스템 개발과제의
하나로 대우중공업이 개발한 초정밀 비구면가공기 "나노턴60"에 이를 장착,
가공정밀도를 끌어올려 어엿한 상품으로 완성시킨다는 계획이다.

"기계적인 가공방법에 의해 얻어질수 있는 가공정밀도는 2000년께
0.01미크론m 수준에 이를 겁니다. 초정밀 첨단상품 생산의 허리역할을 하는
기계공학부문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초정밀 가공기의 국산화를 꾀하지
않고는 겉으로 남고 안으로는 밑지는 구조적 기술종속국면에서 벗어날수
없을 것입니다"

그는 현재 새로운 기술개발품목 찾기에 분주하다.

그가 내리치는 "국산화"란 이름의 죽검에 희생당할 일본의 다음 상대는
누구일까.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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