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연구보전협회 (회장 신용하 서울대 교수)는 28~29일 1박2일간
해양대 한바다호에서 제2회 바다의 날을 기념하는 "독도 해상 선상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신교수와 고려대 김흥규 교수 등 3명의 주제발표와 함께
전 독도의 용수비대장 홍순칠씨의 미망인 박영희 여사가 독도수비
대원으로서의 체험담을 들려주는 등 다양한 순서로 진행됐다.

업계 학계 민간단체 문학인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참가한 세미나의
주제발표 내용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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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옛시조에 나타난 바다 ]

김흥규 < 고려대 교수 >

우리 고전시가에 나타난 바다의 모습은 주로 표해가 및 유배가사 계열의
가사들을 통해 나타난다.

여기서는 우리 옛시조 중 바다를 주요 소재로 수용한 작품들을 검출하고
그 주요 경향과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약 1백50수 정도가 소재나 표현면에서 바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류되는데 바다에 대한 관심의 방향과 표현 특성에 따라 이들을 다음과
같이 7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광활하고 심원한 충만의 공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바다에 관한 문학의 기본이 되는 것은 광활하고
심원한 충만의 공간이라는 인식일 것이다.

바다의 광활.충만함은 우리 옛시조에서 주로 영원무궁을 송축하거나
절실한 소망을 표현하는 데 사용됐다.

여기서 바다는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 생명과 풍요로움의 원천이다.

이같은 시적 사고가 우리 애국가의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이라는 구절을 낳은 것이다.

2. 무한과 선계의 이미지

바다의 충만함에 대한 물질적 공간적 인식을 시간적 상상력으로
전환시킨 부류의 작품들도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물과 바다를 시간의 흐름속에서 보고 있다.

무한한 지속성과 생명력이라는 바다의 이미지는 동아시아 문학에서
신선의 세계로 연결되기도 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동남동녀 5백여명을 보냈다는 해중
선계의 삼신산이 그 예이다.

3. 풍파와 시련의 세계

바다는 생명의 근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집어삼킬 수 있는 어둠이자
심연으로도 인식됐다.

특히 근대 이전에 바다는 체험적으로 후자의 측면이 더 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에따라 시조들은 바다를 위험과 시련의 공간에 비유해 노래했다.

그러나 시련과 위기는 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의 현장이 곧 시련과 위기의 연속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타나는 바다는 바다 그 자체이기보다는 권력과 부귀를
찾아 표류하면서 위기를 만날 수 밖에 없는 세속의 공간에 대한 은유이다.

4. 한거와 자족의 공간

바다와 어촌을 안분지족하는 삶의 공간으로서 노래한 예는 매우 많다.

부귀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전원 등으로 물러나 심성을 닦으며 살아가는
삶을 노래한 시조를 강호시조라 한다.

이 경우 등장하는 바다는 물가에서 바라보이는 곳이거나 작은 배를 띄워
한가로이 낚시질하는 정도에 그친다.

이에 속하는 작품 중 대표적인 것으로 윤선도의 "어부사시사"가 있다.

5. 풍경으로서의 바다와 동해

바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장관일 수 있기에 많은 시인들이
바다의 풍경을 노래했다.

시조에서는 조선 후기의 작품에서 바다 경관을 다룬 것들이 더러
발견된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점은 시조에 나타나는 아름다운 경관으로서의
바다는 대개 동해라는 점이다.

반면에 서해는 어업 및 수상운송 등 좀더 생활에 밀착된 바다와 포구를
노래한 작품들에서 많이 언급된다.

6. 삶의 현장인 포구와 갯벌

바다를 노래한 시조 가운데 시대상황과 의식 감정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유형은 포구와 갯벌이라는 서민적 삶의 현장을 다룬 작품이다.

이에 속하는 작품들은 거의 모두 작자가 밝혀져 있지 않으며 형식
면에서는 사설시조의 비중이 크다.

7. 역사의 현장

역사의 현장으로서의 바다를 노래한 것들도 있다.

널리 알려진 이순신 장군의 "한산섬 달 밝은 밤에..."라는 시조와
박인로의 가사 선상탄 등이 그 예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