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에는 문화유적답사 동호회가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울려서 문화유적이나, 사라져가는 우리
삶의 흔적들을 격식없이 추스려보고자 만든 모임이다.

작년에 시작한 모임이 이제는 인원도 약 60명으로 늘었고, 회원들의
문화 유적에 대한 식견들도 제법 성숙해지고 있다.

보통 한달에 한번 정도 답사를 떠나는 우리는, 떠나기전 그 지방의
여러 풍습이나 문화, 유적에 대하여 간단히 공부를 한다.

매번 답사지를 사전에 다녀와서 자료를 준비해주는 몇몇 사람의 수고가
있음에 가능한 일이다.

대형 버스를 이용하고, 대부분의 경우 토요일 출발해서 일요일 돌아오는
1박2일 여정이고, 가끔 가족을 동반하기도 한다.

짧은 연륜이긴 하지만 이제까지 다녀온 곳들이 그래도 이젠 제법
많아졌고, 그 중 대표적인 몇 곳이 충남 예산지방, 강원도 정선지방,
전남 해남지방 등이다.

예산지방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고택과 윤봉길 의사 기념관, 조선시대
예안 이씨의 집성촌이었던 외암민속마을, 대웅전이 국보 49호인 수덕사,
조선시대 석성인 아담한 해미읍성,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의 묘
등을 둘러 보았으며, 찾아간 때가 가을인지라 달콤하기로 유명한 예산
사과를 한 자루씩 메고 오기도 하였다.

정선 지방은 초가을 해질녘 도착하여 다소 쓸쓸함이 가슴을 채우기도
하였으나, 이내 여량땅을 적시는 아우라지강물에 그 쓸쓸함을 살포시
녹아내리고, 허름한 주막의 목로에서는 지난 시절의 아우라지 뱃사공이
탁배기라도 한잔 걸치자고 말을 걸어오는 것 같기도 했다.

쇠줄을 당기며 배를 이동시키는 것이 아무래도 "노 젓는 뱃사공"의
나룻배보다 운치는 덜하지만,어디선가 구성지고 처연한 정선아리랑 가락이
끊길 듯 이어지는 것 같아 바람결에 귀를 쫑긋 세우기도 했다.

서울에서 먼거리라 체류시간이 짧을 수 밖에 없었던 해남의 땅끝마을
(토말)은 우리조국, 한반도의 귀결점답게 의연해 보였고, 해돋이를 보며
느낀 그때의 장엄한 감흥은 아직도 나를 흥분시킨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