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은 망한다"

농협이 내년부터 새로 도입키로 한 기업평가모델인 "확률신용평가"의 출발점
이다.

이 모델은 모든 기업은 반드시 도산한다는 것을 전제로 기업의 신용도를
측정, 여신규모및 금리를 결정하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대신 부동산담보를 그다지 고집하지 않는다.

부동산담보 없이도 얼마든지 부실여신의 가능성을 없앨수 있다는 것이
이 모델의 자랑이다.

이 모델은 특정기업이 속한 업종의 도산율과 여신회수율을 시계열로 분석,
해당기업의 부도율과 위험도를 측정한다.

확률적으로 추론된 기업신용도에 따라 금리는 차등적용된다.

위험도가 큰 기업은 높게, 작은 기업은 가산금리를 낮게 적용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모든 거래기업의 여신의 위험도를 산정하고 난뒤 총위험도를
제로로 만들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부도확률이 3%라고 계산됐을때 이 기업에 대한
금리는 대출에 따른 기회비용을 상쇄할수 있도록 산정된다.

농협의 이같은 신용평가모델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본의 장기신용은행 사쿠라은행 등이 올해부터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을
본딴 것이다.

일본은행들은 90년대들어 "부동산 신화"가 무너지면서 이같은 여신모델을
고안해 냈다고 한다.

"부동산 신화"의 몰락은 요즘 국내 금융기관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함께 갈수록 유동성이 낮아지고 있는데다 가격 또한
신뢰할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옥선호 여신지원부장은 "최근 대기업들의 연쇄부도에는 금융기관의 책임도
많다"며 "여신관리시스템을 이같은 방식으로 개편하지 않고는 은행과 기업들
이 계속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