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98년 7월이 되면 도시 자영업자에 대한 국민연금 확대적용으로
전국민 연금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런데 바로 이 국민연금제도가 개선의 도마위에 올랐다.

연금기금의 운영에 대한 비판과 기금고갈의 우려는 어제 오늘의 소리가
아닐진대, 왜 정부가 갑자기 이의 개선을 서두르는지 자못 의아하다.

그러나 도시자영자에 대한 확대가 1년앞으로 다가온 시점이고 보면
정부로서도 다급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특히 확대적용의 대상이 현 가입자 수보다 많은 8백90만명이고 보면
현재의 제도적 모순을 그대로 끌고가기에는 너무 큰 무리가 따른다.

현행 국민연금제도가 직면한 문제는 한마디로 저부담-고연금으로 인한
연금기금의 고갈이다.

지금의 추계대로라면 이 기금은 2033년 바닥이 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국민연금의 고갈시기를 2040년으로 예상했으나 사회의
고령화 추세에다 연금기금의 운영부실 등으로 고갈시기가 7년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현재 언급되고 있는 해결대안으로는 기금운영의 효율화를 포함, 대략
세가지로 정리된다.

즉 보험요율의 인상, 연금수급연령의 연장 혹은 연금수급 최소가입기간의
연장, 연금급여수준의 삭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 해법으로 개선 이후 또다른 문제를 불러올 졸속행정의
소지가 있다.

이들중 연금급여수준의 하향조정을 제외하고는 요율의 인상과 수급연령의
연장 등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 아닐수 없다.

국민연금은 노후의 소득을 보장하는 사회보험이다.

사회보험은 개인보험과 달리 보험의 성격과 소득분배의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이 저부담-고연금, 즉 낮은 보험료와 높은
연금급여의 제도적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연금액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독일과 일본의 수준으로, 40년을
불입했을 경우 자기소득의 70% 대체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매달 불입하는 금액은 그것이 최고에 달한 98년에 소득의 9%,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갖는 또다른 특징은 소득재분배 기능이 극대화되어 있어
저소득층이 더많은 혜택을 받는다는 점이다.

매달 소득이 27만원인 사람이 20년간 가입하여 만 60세가 되면, 최종소득의
1백%를 연금으로 받는 반면 소득이 3백60만원인 사람은 21%인 75만원을
매달 받게 된다.

이러한 저부담-고연금 구조로 계속 갈 경우 연금기금의 고갈이 빨리
올수밖에 없다.

또한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한 우리의 제도적 특징으로 인해 소득 파악이
어려운 도시및 농어촌 자영자가 소득이 완전히 노출되는 근로자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수 있다.

연금 불입액이 적을수록 이득을 보게 마련인데 자영자들의 소득은
지나치게 과소평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의 경우 이들 자영자들의 신고소득은 통계청 예상소득액의
31.9%에 불과할 정도로 낮았다.

내년부터 소득파악이 가장 어려운 도시자영자 8백90만명으로 확대될
경우 근로자의 상대적 불이익이 더 커질수 있다.

연금기금의 고갈은 기금운영의 부실에도 그 원인이 있다.

현재 적립된 국민연금기금은 약 22조원이며, 이중 67%인 15조원 가량이
국책사업인 사회간접자본 투자, 중소기업 지원, 농어촌 개발사업 등
공공부문에 사용되고 있다.

이 돈은 5년 만기가 되면 정부가 원금을 상환하며 3개월마다 이자로
연리 약 10.3%를 물고 있다.

그러나 이 이자는 시중 금리보다 1.5%가량 낮아 연금기금 고갈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제도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뒤늦은 감은 있으나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 개선이 또다른 문제를 유발시키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먼저 보험요율의 인상은 연금기금의 수입원을 늘리는 손쉬운 방법으로
제시되었지만 많은 주의가 따른다.

98년 9%의 요율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이 수준은 선진 외국의 그것에
비해 거의 절반수준에 가깝게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소득수준과 사용자여건을 감안할 때 선진외국의
보험요율은 과중한 부담으로 작용할수 있다.

또한 보험요율의 인상은 다른 사회보험이나 기타부담 등의 인상요인으로
작용할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가와의 함수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험요율 인상이 반드시 기금의 확대와 고갈의 예방으로
이어지리라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

현재의 기금운영에서 나타난 수익성과 책임성의 문제는 기금의 고갈이
단지 보험요율의 조정만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행 연금수급연령 60세를 연장하는 방안과 연금수급 최소가입기간 20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될수 있겠으나 이 역시 많은 파급의 문제를 안고 있다.

국민연금의 기본목적이 퇴직후 소득의 보장이라고 한다면 연금수급연령의
연장은 우리나라 현행 퇴직시기를 무시한 편의주의적 발상이 된다.

55세나 60세에 퇴직하는 다수의 근로자는 소득원의 단절을 경험하면서도
연금수급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은 자연 두가지로 압축된다.

이는 연금기급 운영의 효율화와 연금지급 수준의 하향조정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부분은 역시 기금운영의 효율화로 특히
수익성증대와 안정성및 명확한 책임성의 제고이다.

기금의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에는 반론이 없지만 낮은 이자율은
정당화되기 어렵고 이의 환수를 보장하는 보다 투명한 장치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8일자).